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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 소멸은 자본이 떠난 결과…투자하는 지방정부가 미래 바꾼다
홍인기 경북도 경제혁신추진단장
한 번쯤 질문을 바꿔보자. 정말 지방에 부족한 것은 예산일까?
대한민국은 결코 돈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시중에는 4000조원이 넘는 유동성이 존재한다. 문제는 돈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돈이 흐르는 방향이다. 막대한 자금은 수도권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집중되는 반면, 지방의 첨단산업과 혁신기업, 관광인프라에는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이 아니라 자본의 부재다.
우리는 지방소멸을 인구 문제로 이야기하곤 한다. 인구는 결과일 뿐이다. 기업이 떠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이 떠난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자본의 이동이 있다. 사람은 일자리를 따라 움직이고, 일자리는 자본을 따라 움직인다. 지방소멸은 자본이 떠난 결과다. 미래를 바꾸는 전략산업은 더 이상 민간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세계는 ‘투자하는 정부’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미국은 칩스앤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와 첨단산업에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도한다. 유럽은 유럽투자은행(EIB)을 중심으로 전략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고, 일본 역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구조를 확대하고 있다. 공통점은 정부가 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을 설계하고 초기 위험을 분담한다는 점이다.
이제 이 질문을 지방으로 가져와야 한다. 국가가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면 지방정부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답은 분명하다. ‘투자하는 지방정부’다. 투자하는 지방정부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민간과 함께 투자구조를 설계하며, 공공이 초기 위험을 분담해 더 큰 민간자본을 유도하는 시장 설계자다.
이는 지방정부의 세 번째 진화다. 1세대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2세대가 기업을 유치하는 정부였다면, 3세대 지방정부는 민간과 함께 투자하고 산업을 기획하며 자본을 연결하는 ‘투자하는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
앞으로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민간자본을 지역으로 움직일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지역활성화투자펀드,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정책금융은 단순히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가 아니다. 공공재정을 마중물로 활용해 더 큰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제도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경북투자금융주식회사는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을 설립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지역 기업과 함께 첨단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고, 성장 기업의 스케일업을 지원하며, 관광과 정주 인프라에도 민간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투자하는 지방정부’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첫 번째 정책도구다.
경북투자금융주식회사는 목적이 아니라 시작이다. 투자하는 지방정부라는 새로운 행정철학을 현실로 옮기는 첫 번째 실험이며, 지역이 스스로 자본을 연결하고 미래산업을 설계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기회발전특구, 국가 첨단산업단지, 지역활성화투자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역 스스로 산업을 기획하고, 자본을 연결하며, 민간과 함께 성장하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균형발전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더 많은 예산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에 더해 자본이 지역으로 흐르고, 기업이 성장하며, 그 성과가 다시 지역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지방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고,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며, 청년이 돌아오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경북투자금융주식회사의 성공은 ‘투자하는 지방정부’라는 새로운 모델이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이제 지방정부도 관리하는 시대를 넘어 투자하는 시대로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다음 단계이자 새로운 성장 공식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