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중공업 임직원 두 명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4-1부(부장판사 송중호 엄철 윤원묵)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임원 A씨와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B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은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 단가 인하를 강제하는 ‘갑질’을 했다며 2017년 말부터 2018년 7월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2019년 12월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현대중공업 임원이던 A씨는 조사를 앞둔 2018년 7~10월 관련 증거를 인멸하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다른 팀의 팀장이던 B씨는 임직원 PC 100여 대를 교체하는 등 지시에 따랐다.

쟁점은 증거인멸죄 성립 여부였다.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

1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인멸과 공정위의 고발 사이 시차가 1년이 넘어 이들의 증거인멸이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회사에 대한 수사를 ‘타인의 형사사건’으로 봤다. 재판부는 긴 시차에 대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검찰 고발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양벌규정에 따라 피고인들도 직접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기환송심도 “피고인들의 증거 인멸이 자기 이익을 위한 행위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며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따랐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