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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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열풍으로 서비스 수출이 급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한국 서비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을 세워 벌어들인 매출까지 모두 포함해 서비스 전반의 진짜 실력을 겨뤄봐도, 정작 세계적으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경쟁우위를 확보한 영역이 단 하나도 없었다.

해외법인 실적 다 합쳐도 디지털 경쟁력 ‘0%’

산업연구원은 29일 세계무역기구(WTO)의 신규 통계 데이터베이스인 ‘티스모스(TISMOS)’를 활용해 분석한 ‘서비스 수출경쟁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티스모스는 그동안 국제수지 통계에서 누락됐던 해외 현지법인·지점(Mode 3)의 매출과 수입까지 포착해 서비스 무역의 실제 규모를 추정한 통계다. 전체 서비스 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법인 실적을 포함해 국가별 서비스업의 ‘진짜 종합 성적표’를 매긴 셈이다.

분석 결과 2020~2022년 연평균 기준 한국의 전체 서비스 수출 규모는 3094억달러로 주요 10개 수출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특히 ▲통신·컴퓨터·정보·시청각, ▲금융·보험, ▲기타 사업 서비스, ▲지식재산권 사용료 등 디지털 서비스 4개 분야의 수출액은 1250억달러로 1위인 미국(1조8710억달러)의 6.7% 수준에 불과했다.

수출특화지수(TSI)와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활용한 포지셔닝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 4개 분야 중 수출특화 및 경쟁우위를 확보한 분야 비중이 ‘0%’를 기록해 주요 10개국 중 단독 최하위를 나타냈다. 수출특화지수와 현시비교우위지수는 쉽게 말해 ‘수출을 수입보다 더 많이 하는지’와 ‘세계 무대에서 그 서비스가 핵심 특기 과목인지’를 나타내는 경쟁력 성적표다.
"재주는 한국이 부리는데 정작 돈은"…'0%' 성적표 충격
수출특화지수가 0보다 크면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것이고, 현시비교우위지수가 1보다 크면 세계 평균 이상의 진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 중심 국가인 독일(50%), 일본(50%), 중국(25%)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해외 법인 실적을 다 끌어모아 봐도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디지털 분야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외국계 법인 수입이 압도…‘해외법인 적자’ 심화

한국 디지털 서비스의 약세는 외국계 빅테크와의 현지법인 거래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은 한국에 현지법인을 세워 구독료와 광고료 등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본사는 거대한 지식재산권(IP) 사용료를 챙겨가는 구조를 확립했다.

반면 한국 통신·컴퓨터·정보·시청각 서비스 기업들이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올리는 수출 비중은 전체의 25.0%에 그쳤다. 반대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법인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 비중은 75.3%에 달했다. K-콘텐츠의 외형적 수출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국내 시장을 잠식한 외국계 법인의 수입 규모가 훨씬 커 디지털 서비스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법인 실적을 합쳐 분석한 결과, 한국 서비스업이 세계 무대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지닌 분야는 디지털 서비스가 아닌 유통(무역 관련 서비스)과 운송 등 일부 ‘전통 서비스’ 2개 분야에 불과했다. 그동안 서비스업 내부끼리만 비교했던 기존 분석에서는 건설 서비스 등이 경쟁우위 분야로 분류됐으나, 제조업 무역 전체와 결합해 재산출하자 건설 서비스의 현시비교우위지수는 1.28에서 0.72로 하락하며 비교우위가 사라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보고서는 서비스 전반의 구조적 적자와 디지털 서비스의 약세를 극복하기 위해 국회에 오랜 기간 묶여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신속한 제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각 부처로 분산된 서비스 수출 지원 체계를 일원화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도 주문했다. 기존의 단순 콘텐츠·관광 위주 수출 지원에서 벗어나, K-콘텐츠 및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설립과 행정·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외 법인을 통해 IP 로열티를 안정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 IP 수익화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