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부의 '드래곤플라이 플러스'. 부가부 제공
부가부의 '드래곤플라이 플러스'. 부가부 제공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아용품 시장에선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뚜렷하다. 한두 명의 아이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골드 키즈’(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 심리가 확산하면서다. 이런 현상은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소위 ‘반도체 벨트’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벨트서 고가 유아차 ‘불티’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유아용품 브랜드 부가부의 올해 1~4월 경기 남부와 충청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2%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와 가까운 AK플라자 평택점과 SK하이닉스 청주 캠퍼스 바로 옆에 있는 현대백화점 충청점 매출이 각각 76%, 149% 뛰었다.

경기 남부와 충청권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업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된 곳이다. 반도체 산업 활황으로 두 기업 임직원에 고액의 성과급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변 지역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경기 동탄, 평택, 용인, 기흥 등이 반도체 벨트를 대표하는 도시로 꼽힌다.
부가부와 콩제슬래드가 협업해 내놓은 리미티드 에디션 '체리 컬렉션'. 부가부 제공
부가부와 콩제슬래드가 협업해 내놓은 리미티드 에디션 '체리 컬렉션'. 부가부 제공
2차 에코붐세대(1991~1995년생)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며 출산율이 반등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7만5013명으로, 2019년(8만3030명)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한국은 부가부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둬들이는 국가라고 한다. 부가부는 쌍둥이용 유아차 가격이 300만원을 넘는 고가의 네덜란드 브랜드다. 2009년 한국 진출 이후 ‘오픈런 유아차’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지난 6월 한 달간 CJ온스타일에서 주문량이 전년 동월 대비 주문금액이 세 배나 늘었다.

손목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주행이 쉬운 제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1초 만에 접고 펼 수 있는 ‘원핸드 스탠드업 콤팩트 폴딩’ 기능도 장점으로 꼽힌다. 베스트셀러인 드래곤플라이를 업그레이드한 ‘드래곤플라이 플러스’ 제품이 올해 상반기 매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애초 한 달로 계획했던 프리오더 행사가 2주 만에 종료됐다.
빈폴키즈 2026 여름 시즌 화보. 삼성물산 패션 부문 제공
빈폴키즈 2026 여름 시즌 화보. 삼성물산 패션 부문 제공

빈폴·스파오·뉴발란스 키즈 매출 급증세

유아차를 비롯한 유아용품은 젊은 부모들의 ‘취향 소비’가 이뤄지는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캐노피나 섀시(유아차 뼈대)의 컬러를 직접 고를 수 있는 모듈형 제품이 늘고 있는 이유다. 한정판 협업 제품도 인기다. 부가부가 덴마크 유아용품 브랜드 콩제슬래드와 함께 만든 ‘체리 컬렉션’은 출시 당일 전량이 소진됐다.

국내 의류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서도 주요 패션 브랜드들의 키즈 라인 매출은 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빈폴키즈 매출은 올해 1~7월 전년 대비 약 25% 늘었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키즈도 상반기 데님 하의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95% 뛰었다. 뉴발란스키즈도 바람막이(윈드브레이커) 부문 매출이 같은 기간 3배가량 불었다.
스파오키즈 이미지 컷. 이랜드월드 제공
스파오키즈 이미지 컷. 이랜드월드 제공
뉴발란스키즈는 특히 ‘샌동화’(운동화와 샌들을 결합한 모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프리들 엑스’(FREEDLE X)가 온라인 선발매 당일 완판됐다. 오프라인 매장 출시 때는 스타필드 고양점 등 주요 매장에서 오픈런이 이어지기도 했다.

여성 소비자들의 이용률이 높은 패션 플랫폼들은 키즈 부문을 주력 카테고리로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29CM의 키즈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3% 늘었다. 성수동에 낸 키즈 용품 전문 편집샵 ‘이구키즈’에는 월평균 1만7000명이 몰린다. 29CM는 올해 5월 서울숲 인근에 이구키즈 2호점을 냈다.
'이구키즈 서울숲' 내부 전경. 29CM 제공
'이구키즈 서울숲' 내부 전경. 29CM 제공
3040 여성을 타깃으로 한 W컨셉도 키즈 카테고리 매출이 2023년 150%(전년 대비), 2024년 690%, 2025년 300%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70%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키즈 용품 매출이 960% 큰 폭으로 증가했다. 29CM에서도 유아 식기 세척용 비건 주방 세제 프랭클린, 말의 해를 기념한 조랑말 인형과 양말로 구성된 선물 세트 등 매출이 늘며 카테고리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워킹대디는 프리미엄 육아용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며 “부모는 물론, 조카나 지인의 자녀를 위한 선물 수요까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