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층 없는 백화점' 세웠다
플랫폼의 미덕은 오랜 기간 ‘가벼운 자산’이었다. 재고도 공장도 부동산도 없이 오직 트래픽에 기대 성장하는 전략이 공식이었다. 무신사는 2019년 이 공식을 스스로 깼다. 그해 서울 성수동 부동산에만 8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았다. 옛 CJ대한통운 물류센터 부지(460억원), 옛 동부자동차서비스 부지(220억원), 성수역 인근 건물(106억원)을 연이어 사들였다.

동부자동차서비스 부지는 ‘무신사 캠퍼스 E1’이 됐다. 무신사는 E1을 마스턴투자운용에 1115억원에 매각한 뒤 장기 임차해 본사로 쓰고 있다. 매각 후 시세 차익만 899억원을 거뒀다. 이 돈을 지난 2년간 무신사가 추진한 오프라인 확대 전략의 핵심 재원으로 활용했다. 옛 물류센터 부지에는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배치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뒤 사흘간 4만2000여 명이 다녀간 ‘K패션 성지’다.

무신사가 국내외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77곳 중 16곳이 성수동에 몰려 있다. 이른바 ‘무신사 타운’이다. 편집숍과 팝업스토어, 브랜드 인큐베이팅 공간까지 전방위로 베팅했다. 무신사가 성수동을 ‘층 없는 백화점’으로 변신시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단순한 건물주가 아니라 거리의 편집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성수동이 무신사 덕에 “온라인의 개방성과 오프라인의 감도가 통합된 새로운 패션 실험장”(모종린 연세대 교수)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신사가 성수동 개발 부지에 붙인 이름은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한 것이다. 동(E), 서(W), 남(S), 북(N) 방향으로 나누고 개발 순서에 따라 숫자를 단다. 이 부동산 전략의 정점엔 ‘성수 E4 오피스’가 있다. 2023년 52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한 후 2년 만에 매각해 개발 초기부터 참여하는 구조를 짰다. 2028년 준공되면 건물 전체를 무신사가 임차한다.

무신사는 부동산 개발 자회사인 화이트룸을 4월 본사로 흡수합병했다. 공간 사업이 더 이상 곁가지가 아니라 본업의 일부가 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무신사는 100억원을 들여 뚝섬역과 서울숲역 사이 공실 상가 20여 곳도 확보했다. 서울숲 일대를 패션 특화 거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