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에 최고 81층 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개발 사업이 정부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서울시가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시킨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용면적 260㎡(약 80평) 안팎의 초대형 주택과 호텔 중심의 개발 계획이 공공성과 실수요 주택 공급이라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사전 협상해 추진하는 민간 사업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통과’…국토부는 ‘보류’
서울시는 지난 28일 열린 제13차 건축위원회에서 삼표레미콘 부지 건축계획안을 통과시켰다고 29일 밝혔다. 이 사업은 성수동1가 일대에 최고 81층 주거동 1개 동과 53층 업무복합동 1개 동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아파트 403가구와 오피스텔 61실이 들어선다. 주택은 전용면적 111~760㎡로 구성되며 주력 주택형은 전용 260㎡다. 사업자는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이어 연내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열린 국토부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는 ‘서울시 삼표레미콘 부지 이용계획’ 안건을 보류했다. 삼표레미콘 부지(2만8332㎡) 개발사업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이용계획 심의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의 도시계획과 건축 절차를 모두 마쳤더라도 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후속 인허가를 진행할 수 없다.
위원회는 사업의 공공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정된 서울 도심의 토지를 초고가 주택과 6성급 호텔 등 하이엔드 시설 위주로 개발하는 계획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의 과정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국민주택 규모(전용 84㎡)의 주택 공급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자가 인구 유입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내놓은 고분양가와 높은 임대료, 최소 수준의 고용 계획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더욱 구체적인 인구 유입 저감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 등 광역 교통망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는 주문도 내렸다. 아울러 서울숲 경관 훼손 가능성, 교통기반시설 수용 능력, 공공기여 수준 등에 관해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과도한 개입 논란’ 커져
업계에서는 지자체와 대규모 공공기여(6081억원)를 약속한 민간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가 공공성을 문제 삼은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위원들 사이에서 공공성에 관한 우려가 제기돼 안건을 보류했다”며 “서울시가 수정안을 제출하면 다시 심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간 사업자 측에 주택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공공기여를 통한 교통 여건 개선 등 사업의 공공성을 다음 심의에서 적극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심의를 계기로 정부가 도심 개발에서도 공공성과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공급을 중시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 취지인 공공성과 인구 분산 효과를 엄격하게 적용할 것으로 알려져 비슷한 초고층 복합개발 사업도 같은 기준으로 심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마포구 상암동 랜드마크 부지, 강남구 삼성동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 사업, 서초구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등의 개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