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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망했다"…공장 멈추니 상가 줄폐업 '철강도시의 비명' [소멸 리포트]
공장·상가 줄폐업에 비명…유령도시 된 '철강의 심장' 포항
포항산단 휴·폐업 1년 새 5배…생산액 2년 새 15%↓
산단 한기 원도심까지…포항중앙 상가 40% 공실
美 관세·중국발 공급과잉에 노사 갈등까지 '삼중고'
포항산단 휴·폐업 1년 새 5배…생산액 2년 새 15%↓
산단 한기 원도심까지…포항중앙 상가 40% 공실
美 관세·중국발 공급과잉에 노사 갈등까지 '삼중고'
"언제까정 휴업이 계속될란지 모르겠심더. 평생을 포항서 보냈는데예 요즘 정말 참담합니더."
'철강의 심장' 포항시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1977년 설립된 코스틸은 연강선재와 철근 등을 생산하며 포항 철강산업과 반세기 가까이 함께해온 중견기업입니다. 한때 연간 수십만 톤(t)의 제품을 생산했던 이 회사는 건설경기 침체와 수입산 공세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비교적 신생 철강업체인 한신제강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최근에는 관리인만이 빈 공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휴·폐업한 업체가 10곳에 달합니다. 2024년 2곳에서 1년 만에 5배로 늘어난 수준입니다.
포항산단에서 시작된 위기는 공장 담장을 넘어 포항 도심 전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철강업체의 생산과 고용이 줄면서 지역 소비까지 위축됐고 원도심 곳곳에서는 빈 점포와 한산한 거리가 일상이 되며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와 수백 개 철강기업, 포스텍까지 품은 대표적인 산업도시가 철강 불황과 함께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도 특별법 제정과 고용 지원 등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당장 멈춘 공장을 다시 돌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소멸 리포트에서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친 '철강의 도시' 포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 쇳소리 멈춘 철강산단…휴·폐업 1년 새 5배
◇ 대형마트도 막아낸 거리…이젠 빈 상가만 남았다
산단에서 시작된 한기는 도심으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영일대해수욕장 등 관광객이 찾는 해안 상권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원도심으로 들어가면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상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었고 한낮에도 거리를 걷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포항 완전히 망했다"는 자조까지 나왔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포항중앙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32.5%에서 고공행진해 지난 1분기 38.2%까지 올라갔습니다. 전국 평균(10.5%)의 4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 밖에선 관세, 안에선 노사 갈등…정부 대책도 체감은 아직
미국은 지난해 철강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높였습니다. 한국 철강업체가 맞닥뜨린 미국 시장의 장벽도 과거보다 높아졌습니다.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기도 어려워진 셈입니다. 정부가 포항을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노사 관계도 변수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에서는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황은 악화하는데 인건비와 고용 문제까지 동시에 풀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른바 'K-스틸법'으로 불리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도 지난 6월 시행했습니다. 5년 단위 경쟁력 강화계획을 마련하고 저탄소 철강 전환과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포항 현장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와 상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특별법에 대한 뚜렷한 기대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한 포항시민 A씨는 "당장 주문이 줄고 공장이 멈추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사업재편 지원이 얼마나 빨리 체감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 "위대한 포항, 더 나은 내일"
실제 이번 포항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는 32.5%를 얻어 직전 지방선거보다 득표율을 약 10%포인트 높았습니다. 포항시의회에서도 민주당은 기존 6석에서 9석으로 의석을 늘렸습니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지만 지역 침체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표심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조상의 혈세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 반세기 전 박태준 포항제철(현 포스코) 초대 회장의 이 말에는 포항을 일으킨 절박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개인보다 국가를 앞세운 헌신과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는 믿음으로 허허벌판에 제철소를 세웠습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친 철강의 심장이 다시 흔들리는 지금, 포항에 필요한 것도 그때만큼 절박하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일지 모릅니다. 민선 9기 포항시가 내건 슬로건은 '위대한 포항, 더 나은 내일'입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적을 만들어낸 포항이 다시 한번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내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