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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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주변은 여전히 붐빈다.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 외국인 관광객으로 거리가 가득 찬다. 그런데 바로 인접한 송리단길에서는 문을 닫는 점포와 임대 안내문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2일자 「송리단길의 ‘눈물’…매출 급감에 줄폐업」 기사에서 송리단길이 포함된 잠실·송파 상권의 올해 1분기 공실률이 17.4%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보다 4.9%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명동은 5.0%, 뚝섬·성수는 3.4%, 연남·동교는 4.5%, 압구정은 7.8%였다. 서울 주요 상권 가운데 잠실·송파의 공실 부담이 유독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매출도 꺾였다. 기사에 따르면 송리단길 상권 매출은 2023년 2360억원을 정점으로 2024년 2319억원, 지난해 2289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송파1동에서 새로 문을 연 점포는 전년 같은 기간 46곳에서 42곳으로 줄었고, 폐업 점포는 61곳에서 69곳으로 늘었다.

대형 관광시설과 안정적인 주거 배후를 모두 갖춘 곳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오랫동안 부동산사업을 맡아 상권과 꼬마빌딩 시장을 지켜보면서 반복해서 확인한 것이 있다. 상권의 명성은 임대료와 권리금, 건물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지만 정작 그 가격을 지탱할 매출은 훨씬 늦게 검증된다.

송리단길의 현재는 그 시차가 벌어졌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보여준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와 돈이 머문 자리는 다르다

상권을 평가할 때 유동인구는 중요한 지표다. 그렇다고 방문객 숫자를 곧바로 점포 매출로 환산해서는 안 된다.

석촌호수를 찾은 사람이 송리단길 골목으로 들어와야 한다. 점포 앞을 지나치는 데 그치지 않고 머물러야 한다. 실제로 가게 문을 열고 소비해야 하며, 그 경험이 재방문으로 이어져야 임차인의 매출도 안정된다.

방문객 수와 점포 매출 사이에는 골목 유입, 체류시간, 점포 탐색, 구매와 재방문이라는 과정이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단계에서 발길이 끊기면 많은 사람은 상권의 고객이 아니라 인근을 스쳐 가는 행인으로 남는다.

기사에 등장한 주민은 송리단길보다 방이동 먹자골목의 식당을 더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지만 그 발길이 송리단길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왔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 방문객은 송리단길의 잠재 수요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그 수요를 골목 안으로 끌어들일 이유가 충분했느냐다. 인근에 사람이 많다는 사실만 믿고 낙수효과를 기다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상권을 볼 때는 몇 명이 지나갔는지보다 누가 왜 찾아왔고, 어디까지 이동했으며, 무엇에 돈을 썼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권의 이름값은 가격에 먼저 붙는다

송리단길은 2017년 무렵 석촌호수 주변에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젊은 창업자들이 만든 공간이 방문객을 끌어모았고, 어느 순간 ‘송리단길’이라는 이름 자체가 방문 목적이 됐다.

이름이 알려지면 부동산 시장은 즉각 반응한다. 매매가격과 임대료, 권리금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붙는다. 상권이 성장하는 동안에는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기도 한다.

열기가 식기 시작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경제 기사에는 3년 전 5000만원이 넘는 권리금을 주고 입점했던 카페가 최근 문을 닫은 사례가 소개됐다. 개별 점포 하나만으로 송리단길 전체의 임대료나 권리금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상권 프리미엄이 미래의 매출까지 보증해주지는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서도 같은 착시가 생긴다. 유명 상권에 있다는 이유로 주변 최고 임대료를 적용하고, 공실 없이 계속 임대될 것으로 가정한다. 임차인이 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지는 뒤로 밀린다.

임차인은 매달 임대료만 내는 것이 아니다. 관리비와 인건비, 원재료비, 마케팅비를 부담하고도 영업이익을 남겨야 한다. 매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 높은 임대료는 계약서에 적힌 숫자로만 남는다.

건물주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최고가 계약이 아니라 안정적인 순영업소득(NOI)이다. 월 임대료를 조금 더 받더라도 임차인이 조기에 폐업하고 공실이 수개월 이어지면 연간 수입은 줄어든다. 새 임차인을 맞을 때마다 렌트프리와 중개수수료, 시설 보수와 원상복구 비용도 반복된다.

명목임대료는 높은데 실제 현금흐름은 약한 건물. 상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드러나는 취약점이다.

임차인의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고, 건물주도 장기간 수입을 유지할 수 있는 임대료를 찾아야 한다. 시장의 기대가 아니라 영업의 현실에 근거한 임대료다.

송리단길을 평범하게 만든 ‘상권의 자기복제’

송리단길의 변화를 임대료 상승과 기존 상인의 퇴출이라는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 구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

이번 보도는 신흥 상권과의 경쟁, 관광객 유입 감소, 차별화된 콘텐츠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특히 카페와 음식점 비중이 높아 다른 골목상권과 구별하기 어렵고,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팝업스토어와 K뷰티·패션 브랜드 체험 같은 콘텐츠도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잘되는 상권에는 비슷한 업종이 몰린다. 처음에는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골목에서나 볼 수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반복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멀리서 찾아갈 이유가 줄어든다.

상권이 자기 성공을 복제하다가 평범해지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테넌트 믹스(Tenant Mix)다. 공실에 임차인을 하나씩 채워 넣는 단순한 임대 업무와는 다르다. 서로 다른 방문 목적을 만들고, 한 매장을 찾은 고객이 인근 점포와 다른 층까지 이용하도록 업종과 브랜드의 조합을 짜는 일이다.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업종을 받는 것은 개별 건물주에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주변 건물까지 모두 같은 판단을 하면 상권 전체는 비슷한 카페와 음식점으로 채워진다.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결과적으로 골목의 경쟁력을 마모시키는 선택이 된다.

꼬마빌딩에서도 건물 안의 임차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1층과 상층부가 서로 다른 고객을 끌어들이고,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며, 건물 전체를 하나의 목적지로 만들어야 한다. 임대료만 높은 점포를 모아 놓는다고 좋은 건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골목상권에서는 한 건물만 잘 운영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생긴다. 상인과 건물주, 지역사회가 함께 방문 목적과 동선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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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골목의 고객으로 바꾸려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상권에 분명한 기회다. 그러나 대형 관광시설을 방문한 사람이 인근 골목까지 이동하려면 그에 맞는 이유와 환경이 있어야 한다.

성수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팝업스토어와 K뷰티·패션 브랜드를 경험하고 상품을 구매한다. 성수라는 지역 자체가 소비 목적지가 됐다.

송리단길도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에 가깝다는 사실만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지도와 검색 플랫폼에서 점포와 콘텐츠가 쉽게 발견돼야 한다. 언어와 결제, 메뉴와 운영시간도 관광객의 소비 방식에 맞아야 한다. 골목 입구에서 안쪽까지 발길을 이끌 만한 공간과 콘텐츠도 필요하다.

기사에 등장한 편의점주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바나나우유 등을 들여놨지만 판매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품 몇 개를 추가하는 것으로 관광객의 이동 경로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관광객은 이미 확보된 고객이 아니다. 실제 소비자로 전환해야 할 수요다.

개별 점포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상권 단위의 행사와 안내, 야간 콘텐츠, 브랜드 유치와 동선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송리단길 자체를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겨야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의 방문객도 골목의 고객이 된다.

임대료를 낮추기 전에 건물을 다시 봐야 한다

공실이 늘면 임대료를 낮추자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시장 수준을 벗어난 임대료라면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격만 낮춘다고 손님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건물주는 자기 건물의 공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점포가 골목에서 잘 보이지 않는지, 출입구와 계단이 불편한지 살펴야 한다. 전기용량이나 환기·배기시설이 부족해 수요가 있는 업종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야 한다. 화장실과 승강기, 테라스, 공용부 상태 때문에 고객이 오래 머물기 어려운 건물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가 확인되면 외관과 파사드, 출입구, 설비 등에 초기 투자비(CapEx)를 투입해야 한다. 낡은 부분을 새것처럼 꾸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 임차 수요가 있는 업종을 받을 수 있도록 건물의 기능과 쓰임을 바꾸는 투자가 돼야 한다.

임대차 조건도 고정할 이유가 없다. 영업 초기에는 부담을 낮추고 매출이 안정된 뒤 임대료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 기본 임대료에 매출연동분을 더하는 방식, 팝업 운영으로 공간과 브랜드의 적합성을 확인한 뒤 장기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은 임차인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임차인의 조기 폐업을 줄여 공실 기간과 교체 비용을 낮추고, 건물의 장기 NOI를 지키기 위한 자산운용이다.

모든 공실에 리모델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깎아줄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가격, 공간, 업종, 계약구조 가운데 무엇이 공실을 만들고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다.

핫플레이스가 된 다음이 더 어렵다

송리단길이 이대로 사라질 상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권은 소비자와 업종이 바뀌면서 침체와 회복을 반복한다. 새로운 콘텐츠와 운영 주체가 들어오면 다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경고 신호는 분명하다. 과거의 유명세와 인근 대형 관광시설이 앞으로도 매출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내 꼬마빌딩 투자는 좋은 상권의 건물을 매입한 뒤 임대료를 높이고 토지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방식에 익숙했다. 상권이 계속 성장하던 시기에는 이런 접근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소비자의 이동이 빨라지고 상권의 유행 주기가 짧아진 지금은 다르다. 건물의 가치는 상권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현금흐름으로 설명돼야 한다.

어떤 고객을 끌어들일 것인지, 그 고객이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 어떤 임차인이 그 수요를 받아낼 것인지, 필요한 시설투자는 얼마인지, 임대차 조건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송리단길의 공실 증가는 골목상권 하나의 부침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다. 꼬마빌딩 밸류업이 건축물을 고치는 작업에서 공간의 쓰임과 임차인, 콘텐츠와 수익구조를 설계하는 영역으로 넓어져야 한다는 신호다.

핫플레이스는 유행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오래가는 상권은 ‘운영’이 만든다.

한경닷컴 천우석 부장(CCIM) /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