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당일 시간대별 투표율을 조직적으로 조작한 정황이 포착돼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던 수사가 단순 관리 부실을 넘어 선관위의 통계 조작 의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숫자 맞추기’로 오입력 숨겨

선관위, 투표율 짜맞췄나…"허위 입력 정황"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는 23일 오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기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전자기록위작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시됐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경기선관위 관계자들이 이번 지방선거 당시 시간대별 투표율을 허위 입력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수본에 따르면 지역 투표소를 관리하는 선관위 실무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뒤 이를 상부에 보고하거나 결재받지 않고 전산상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투표소를 관리하는 행정 담당 사무원은 투표 당일 시간대별로 투표자 수를 집계해 전화로 읍·면·동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읍·면·동위원회는 이렇게 파악된 누적 투표자 수를 선거관리 시스템에 입력하고, 구·시·군 위원회 및 중앙선관위에도 투표자 현황을 알려야 한다. 선관위는 6·3 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에서 선거관리 시스템 입력 내용이 국민에게 공개되는 만큼 철저히 확인하도록 하고, 수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사유를 기재해 시·도 선관위 확인과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다른 투표소와 짬짜미하는 방식으로 오류를 은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간대별로 집계돼 국민에게 공개되는 지역별 투표율 현황 통계에 왜곡을 초래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경기선관위 관내 한 투표소에서 투표자 수 100명을 1000명으로 잘못 입력하면 이를 즉시 수정하는 대신, 오입력으로 늘어난 900명을 다른 투표소들의 투표자 수에 나눠 반영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대 투표자 수를 0~1명으로 입력해 본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까지 실제 투표자 수가 늘어나면서 초기 오차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했다. 합수본은 실무자들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이 같은 이른바 ‘숫자 맞추기’ 방식을 논의한 메신저 대화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과실 넘어 전산 조작…수사 확대

선관위의 투표율 조작 의혹이 공식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수본이 수사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 직원들의 관리 부실이나 직무 태만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형사처벌이 가능할 정도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이나 제도 개선 권고 수준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의혹은 단순 과실이 아니라 의도적인 전산 기록 조작에 해당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해당 혐의가 적용되면 형사처벌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에서도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실무자들이 전산 통계를 직접 수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가 이번 선거를 넘어 과거 선거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수본은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해 투표율 허위 입력 경위와 중앙선관위 윗선의 관여 여부를 조사하고, 투표자 수 외 다른 선거 통계 지표에서도 비슷한 임의 수정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