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디 직원이 로터리 조인트 가동을 시험하고 있다. /로카디 제공
로카디 직원이 로터리 조인트 가동을 시험하고 있다. /로카디 제공
한화시스템, 현대로템, 대한항공, KAI. 부산 지역 항공 부품 강소기업 로카디와 거래 중인 국내 대기업들이다. 1984년 설립 이후 항공기 치공구 사업을 중점적으로 벌였던 로카디는 2023년 사명을 바꾼 뒤부터 항공 방산용 부품 국산화에 나서며 연간 30~40%대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로카디가 개발한 부품은 현재 각종 무기체계에 적용되며 전 세계 곳곳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성과 낸 사업 다각화

2023년 161억원 수준이었던 로카디의 매출액은 2024년 247억원, 지난해 306억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올해에는 레이더 사업 수주 증가로 39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의 비결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이다. 로카디는 항공기 치공구 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항공기와 방위산업 부품으로 확대했다. 한국치공구공업이었던 사명도 2023년 로카디로 바꿨다. 사명에는 항공(aerospace)과 방위(defense) 산업이 함축돼 있다.

로카디는 과거 항공기 날개와 동체, 도어 등의 항공기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하는 치공구 사업에 집중했다. 미크론 단위의 정밀한 공차를 구현하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하지만 치공구 사업은 한 번 설비가 구축되면 계속 양산되는 구조여서 시장이 커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사업이다. 박지상 로카디 대표는 “항공기 부품보다도 정밀한 공차를 구현해야 하는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치공구 사업이지만, 일회성 프로젝트라는 한계를 가졌다”며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도 인력 등을 운영하는 등 회사 재정에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로카디는 미크론 단위의 공차를 다루는 치공구 사업의 기술을 활용해 항공우주용 장비 사업에 진출했다. 다양한 지상 지원 장비를 국산화해 방산 프로젝트 참여의 길을 열었다.

로카디는 2013년 전량 미국에서 수입했던 항공기용 엔진 트레일러를 KAI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국산 고등 훈련기 T-50의 엔진을 장착 또는 탈착하는 데 로카디의 엔진 트레일러가 사용된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도 로카디의 기술이 적용됐다. 한화시스템은 KF-21에 들어가는 광학 장비인 EO TGP를 개발했다. EO TGP는 지상 표적을 추적·탐지하는 장비로 전투기 날개 하부에 장착된다. 로카디는 엔진 트레일러를 비롯해 EO TGP, 외부 연료탱크 등 다양한 항공 부품 장착을 위한 지상 지원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로카디가 개발한 장비들은 회사 재정의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항공기가 수출될 때마다 로카디의 지상지원장비가 함께 수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항공기를 쓰는 부대마다 배치되기 때문에 국산 방산 수출이 늘면 늘수록 로카디도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항공기 구성품은 정기적으로 장·탈착 행위가 일어나기 때문에 한번 배치되면 구성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며 “방산용 지상지원장비의 범위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체계까지 영역 확장

로카디의 기술 개발은 무기체계 쪽으로도 이어졌다. 로카디는 현대로템의 K-2 전차 자동장전 장치 프로젝트에 참여해 구성품을 납품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레이더 사업에도 들어갔다. 천궁 및 천궁-II 다기능 레이다부터 L-SAM MFR(장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다기능 레이다), LAMD MFR(장사정포 요격체계 다기능 레이다)뿐 아니라 충남급 호위함 통합 센서 마스트 사업까지 설계부터 참여해서 레이더용 구조물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얼마 전 UAE에 배치되어 높은 요격 성공률을 보인 천궁-II 사업은 최근 국산화에 성공한 로터리 조인트 개발의 출발점이 된 중요한 경험이었다.

로터리조인트는 레이더 장비의 고도화된 안테나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장비다. 레이더 장비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선 냉각수가 필요한데, 냉각수 공급 과정에서 레이더 회전에 따라 호스 꼬임 현상이 생긴다. 로터리조인트는 호스 꼬임을 방지하면서도 냉각수가 새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방산용 로터리조인트는 세계적으로도 제조하는 회사가 드물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분야다. 그동안 미국에서 전량 수출했던 장비이기도 하다. 실링부터 코팅, 마찰·마모·윤활 이론 등 복잡한 공식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로카디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한화시스템으로부터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받아 2년여 동안 실험을 거듭한 끝에 로터리조인트 개발에 성공했다. 이 장비는 현재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국산 무기체계가 수출되는 지역에 적용되고 있다.

로카디는 올해 부산명문향토기업 지원 제도에 처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부산의 항공우주 및 방산 부품 산업 생태계가 영글지 않아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제품 개발을 위해 부산 이외의 다른 지자체를 찾는 등 곡절이 많았다”며 “항공우주 및 방산 부품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