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MGC커피 키오스크 영수증
메가MGC커피 키오스크 영수증
“붉은 스무디의 흔적을 남기지 마십시오.”

최근 메가MGC커피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한 소비자들이 받은 영수증에 적힌 문구다. 결제 금액과 주문 내역만 담기던 영수증에 ‘나폴리탄 괴담’ 형식의 문장을 넣자 소비자들이 이를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관련 게시물 한 건의 조회수는 490만회를 넘어섰다.

한때 결제 증빙에 불과했던 영수증이 유통·외식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영수증에 할인 쿠폰을 넣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이야기와 운세, 공익 정보 등을 담아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공유를 유도하고 있다.

메가MGC커피, 오싹한 영수증 마케팅


메가MGC커피는 지난 9일부터 키오스크 영수증에 '치즈가 늘어날 때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등 기묘한 경고 문구를 인쇄했다. 원인이나 결말을 설명하지 않고 규칙과 금지 사항만 제시하는 온라인 괴담 형식을 활용한 것이다.

반응은 빠르게 확산했다. 소비자들은 영수증을 촬영해 SNS에 올렸고, X에 올라온 관련 게시물 한 건은 재게시 1만9000회, 조회수 490만회를 기록했다. 일부 이용자는 새로운 괴담 문구를 직접 만들어 댓글에 붙이며 콘텐츠를 재생산했다.

영수증을 단순한 구매 증빙이 아니라 읽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활용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대전의 독립서점 ‘다다르다’는 2017년부터 영수증 하단에 서점에서 있었던 일과 책방 주인의 생각을 짧게 적은 ‘영수증 서점일기’를 인쇄했다. 계산을 마친 뒤 버려지기 쉬운 영수증을 서점의 개성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로 바꾼 사례다.

디자인 브랜드 오이뮤는 2021년 말 서울 성수동 매장을 열면서 고객의 별명과 운세, 일러스트 등을 담은 맞춤형 영수증을 선보였다. 소비자들이 이를 ‘귀영이’라고 부르며 소장하거나 SNS에 인증하면서 2022년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영수증이 공익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국내 광고회사 디마이너스원은 이주배경 가정이 많이 찾는 마트에서 육아용품을 구매하면 영유아 예방접종 정보를 여러 언어로 영수증에 출력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별도의 전단이나 안내문 대신 소비자가 구매 직후 확인하는 영수증에 필요한 정보를 담았다.

영수증에 힘주는 기업들


과거 영수증 마케팅은 구매 금액에 따라 할인 쿠폰을 출력하거나, 영수증을 제출하면 경품을 주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문구와 디자인 자체가 소비자가 공유할 만한 콘텐츠가 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영수증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반드시 한 번은 접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별도의 광고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도 구매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문구가 흥미로우면 소비자가 직접 SNS에 올려 추가 확산을 일으킨다.

특히 키오스크와 모바일 주문이 보편화하면서 영수증 문구를 비교적 손쉽게 바꿀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매장마다 광고물을 새로 설치하지 않고도 특정 기간이나 상품에 맞춰 문구를 교체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수증은 고객이 결제를 마친 직후 받아보는 만큼 주목도가 높은 매체”라며 “광고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의 개성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광고였어?" 소름 돋네…경품 주던 기업들 돌변한 까닭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