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1~2인 가구 증가와 김장 문화 변화로 포장김치 시장이 커지면서 특급호텔들이 식품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호텔 식당의 부가상품 정도로 여겨졌던 김치가 연매출 수백억원을 올리는 주력 상품으로 성장하자 생산시설을 늘리고 해외 판매에 나서는 호텔도 잇따르고 있다.

조선호텔 매출 4년간 연평균 24% 성장

2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대표 상품인 ‘조선호텔 김치’는 지난해 매출 54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억원을 넘어섰다. 2021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23.8%에 달한다.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620억원으로 높였고, 2030년에는 1000억원 규모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늘어난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도 마쳤다. 조선호텔은 올해 초 김치 생산시설을 기존보다 2.5배 큰 500평 규모로 확장했다. 생산능력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포기김치와 총각김치, 갓김치뿐 아니라 어린이 김치와 계절김치 등으로 상품군을 세분화하며 소비층을 넓히고 있다.

홈쇼핑에서도 반복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이 2016년부터 판매한 조선호텔 김치는 누적 판매액 450억원, 판매량 70만건을 넘어섰다. 두 차례 이상 구매한 고객도 약 5만명에 달한다. 명절 선물이나 호텔 이용객을 위한 기념품에 머물던 상품이 일상적으로 사 먹는 생활식품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롯데호텔 김치 매출 42% 증가

롯데호텔앤리조트도 김치를 앞세워 식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8월 ‘롯데호텔 김치’를 출시한 이후 계절김치와 김치찌개 가정간편식(HMR)을 추가하며 상품군과 국내 유통망을 넓혔다. 지난해 김치 매출은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달 초 일본 도쿄 다이마루백화점에서 첫 해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공항 면세 채널에도 입점해 외국인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캐나다를 비롯한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미주 지역까지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롯데호텔의 해외 체인을 유통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식품 사업 디저트로 확장


식품 사업의 범위도 김치를 넘어 디저트로 확장되고 있다. 롯데호텔은 2024년 12월 온라인 판매 전용 PB 상품인 ‘롯데호텔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롯데호텔 뉴욕 치즈케이크’를 출시했다. 호텔 파티시에의 조리법과 고급 원료를 앞세워 일반 온라인 케이크와 차별화했다.

치즈케이크가 인기를 끌자 올해 ‘골드 초콜릿케이크’와 ‘파스퇴르 우유 케이크’도 추가로 내놨다. 온라인 케이크 상품군 매출은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김치처럼 반복 구매가 가능한 생활식품과 선물 수요가 높은 디저트를 동시에 키우는 전략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수펙스 김치’와 ‘워커힐 김치’를 운영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김치연구소를 설립해 축적한 조리법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 수출에도 나섰다. 파라다이스호텔과 서울드래곤시티 등도 자체 김치 상품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찍고 미주 시장 공략도

호텔들이 김치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안정적인 반복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실과 연회장은 성수기와 비수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김치는 연중 소비되는 생활식품이다. 소비자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호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호텔은 투숙하지 않는 고객에게도 상품을 꾸준히 판매할 수 있다.

전국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성장 배경이다. 조선호텔은 이마트와 SSG닷컴,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고, 롯데호텔은 롯데그룹의 온라인·면세 유통망과 해외 호텔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호텔 주방의 메뉴를 상품화하는 단계를 넘어 그룹 유통망과 결합한 브랜드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호텔 식품은 호텔 방문객을 위한 부가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자체 매출 목표와 해외 진출 계획을 갖춘 독립 사업으로 커지고 있다”며 “김치에서 케이크와 국·탕류까지 상품군을 넓히려는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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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