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을 오르다보면 마주할 수 있는 서울 시내의 풍경. /사진=김영리 기자
북악산을 오르다보면 마주할 수 있는 서울 시내의 풍경. /사진=김영리 기자
북악산 등산코스 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종로둘레길' 표지판. /사진=김영리 기자
북악산 등산코스 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종로둘레길' 표지판. /사진=김영리 기자
이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악산. 종로둘레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한양도성 성곽 너머로 서울 도심을 받치고 있는 북한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발 342m 백악산(북악산의 공식 명칭) 정상과 백악곡성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도심과 산이 맞닿은 서울 특유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등산로 곳곳에는 영어·중국어·일본어를 병기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등산복 차림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1~2시간이면 산성과 숲길, 도심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북악산의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해외 도시에서는 교외로 한참 이동해야 만날 법한 산이 서울에서는 지하철과 버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관광지’이라는 사실이 단번에 체감됐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명동과 경복궁을 넘어 북악산·북한산 등 도심 산으로 넓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일상적인 여가였던 등산이 외국인에게는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 콘텐츠인 ‘K-등산’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외국인도 산으로…북한산은 하루 4000명씩 방문

북악산 중턱에서 볼 수 있는 표지판. 영어, 중국어, 일본어 표기가 있고 실제로도 산을 오르내리며 외국인 관광객을 여러번 마주쳤다. /사진=김영리 기자
북악산 중턱에서 볼 수 있는 표지판. 영어, 중국어, 일본어 표기가 있고 실제로도 산을 오르내리며 외국인 관광객을 여러번 마주쳤다. /사진=김영리 기자
서울AI재단이 전날인 22일 공개한 ‘케데헌에서 K-등산까지: 데이터로 본 외국인 서울 관광’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도심 주요 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분석에는 SK텔레콤의 외국인 유동인구 자료와 구글맵 리뷰 데이터가 활용됐다.

일평균 외국인 유동인구는 북한산이 40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북악산 2169명, 관악산 1192명, 아차산 729명 순이었다. 외국인 방문객 증가율은 아차산이 전년 대비 11.8%, 관악산이 10.0%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등산 거점 지하철역 이용객도 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토요일 아차산역 이용객은 3만3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1.9% 증가했다. 도봉산역은 16.6%, 수락산역은 12.7% 늘었다. 북악산과 인왕산의 관문인 경복궁역 이용객도 12.8% 증가했다.
북악산은 초심자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게끔 보행로가 나무 데크로 조성돼있다. /사진=김영리 기자
북악산은 초심자도 쉽게 산을 오를 수 있게끔 보행로가 나무 데크로 조성돼있다. /사진=김영리 기자
서울시가 북한산·북악산·관악산에서 운영하는 등산관광센터의 누적 방문객은 2022년 개소 이후 18만772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4만3551명으로 전체의 23.2%를 차지했다. 센터에서는 등산화와 등산복 등을 빌려주고 외국인을 위한 산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 관계자는 서울의 산이 외국인에게 주목받는 이유로 접근성과 조망, 체험 요소를 한꺼번에 갖췄다는 점을 꼽았다. 도심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 산을 오른 뒤 다시 고궁이나 전통시장, 골목상권으로 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악산의 경우 한양도성을 따라 걸으며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도시의 등산 관광과 구별된다.

관광객 취향 따라 달라진 '서울 여행 지도'

자료=서울시 제공
자료=서울시 제공
외국인의 서울 여행지는 산뿐 아니라 촬영지와 전통시장, 로컬 상권 등으로도 다변화하고 있다. 서울AI재단이 주요 명소 16곳을 분석한 결과 일평균 외국인 관광객은 명동이 10만910명으로 가장 많았다. N서울타워(5만7370명), 삼성역·코엑스(4만6813명), 강남역(4만1210명), 홍대 일대(4만213명)가 뒤를 이었다.

방문객 증가율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12.1%로 가장 높았다. 홍대와 낙산공원이 각각 10.5%, 광장시장은 10.4% 증가했다. 전통적인 쇼핑 명소뿐 아니라 K콘텐츠 촬영지와 시장, 공원까지 외국인의 관광 반경이 넓어진 것이다.

관광객의 출신 지역에 따라서도 선호가 갈렸다.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 등 역사 명소에는 베트남·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많았다. 명동과 남대문·광장시장에서는 일본과 중국 관광객 비중이 높았다. 서울숲과 성수동은 미주, 북촌한옥마을은 유럽 관광객의 방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다.

과제도 있다. 이달 다녀온 북악산의 주요 이정표에는 외국어가 함께 적혀 있었지만, 일부 종합 안내도의 세부 지명과 화장실 위치, 코스 설명 등은 대부분 한글로 표시돼 있었다. 서울AI재단의 구글맵 리뷰 분석에서도 외국어 안내와 길 찾기, 편의시설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혔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