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삼정KPMG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이동 재무자문 대표. 사진=삼정KPMG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삼정KPMG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이동 재무자문 대표. 사진=삼정KPMG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할 업종일수록 서둘러 사업을 재편하고 신사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 대표(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으로 한국이 수혜를 보는 업종은 향후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철강, 화학에 이어 가전, 전기차 등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삼았던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세가 무섭다"며 "일부 사업은 지금 가치가 높을 때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국내 대기업이 인수·합병(M&A)할 만한 분야로 로봇, 항공·우주를 비롯해 콜드체인 물류, 열관리, 패키징, 예방의학, 헬스케어, 실버산업 등을 제시했다. 먼저 그는 "당장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반도체 소재,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관련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가야겠지만 단기간 내 세계 일류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운 로봇 분야도 M&A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차의 보스톤다이나믹스 인수 사례처럼 미국과 유럽의 로봇 기술 기업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 세아베스틸지주가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특수합금을 납품한 사례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인수한 우주선 특수강·부품 회사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최근 공급난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항공·우주 시장은 아주 커질 것으로 전망돼 관련 부품·소재·소프트웨어 산업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향후 변하지 않는 두 가지 시대 트렌드인 '기후온난화'와 '인구고령화'에서 유망 M&A 분야를 도출해냈다. 그는 "점차 더워지고 있는 지구 환경 속에서 콜드체인 물류 시스템과 음식의 부패를 막는 패키징 기술, 에너지 절약 냉장 기술, 데이터센터 쿨링 시스템 등의 기술적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장수와 건강을 위한 예방의학, 디지털 헬스케어, 실버산업 등도 유망 업종으로 소개했다. 그는 삼정KPMG가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국내 최대 골프장 운영회사 골프존카운티에 대해 "단순히 21개 골프장이 모여있는 회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구독을 통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유망 실버 업종으로 다르게 딜을 본다면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딜을 다르게 보는 눈'을 강조한다. 삼정KPMG가 매각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전주페이퍼 M&A를 16년 만에 성사시키고, 롯데손해보험 매각도 좋은 분위기로 이끈 것도 이 같은 남다른 딜 해석 능력 덕분이다. 전주페이퍼의 경우 신문용지만 생산한다는 기업 이미지에서 재생용지도 제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업이라는 점을 앞세워 매각에 성공한 사례다. 삼정KPMG 덕분에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는 투자 16년 만인 2024년 회수에 성공했다. 그는 "JKL파트너스의 롯데손보 매물 역시 초기엔 금융감독당국 이슈가 많은 딜이라는 평판이 많았지만, 금융지주의 수익다각화와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손보 매물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마케팅해 현재 매각 절차가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매각 자문을 맡을 경우, 그 회사의 '팬'이 돼야한다는 점을 파트너들에게 강조한다. 그는 "회사를 깊이 이해할 때 딜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전했다.

그는 사모펀드(PEF)에 대해선 현재 저평가된 특정 종목과 승계 이슈가 있는 중견기업에서 M&A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진이 크게 일어나 지층이 어긋나는 '디스로케이션(지층 교란)'이 자본시장에서도 발생해 알짜기업임에도 특정 종목에서 과도하게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베인캐피탈의 국내 최대 소비자 직거래(D2C) 마케팅 기업 에코마케팅 공개 매수, 유럽 PEF 운용사인 EQT의 국내 최대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기업 더존비즈온 공개매수 성공 사례를 들었다. 그는 "시가와 본질 가치상 차이가 크게 나는 기업일수록 오너의 좌절과 주식담보대출에 따른 마진콜(추가 담보 제공 요구) 압박이 심해 PEF가 투자를 검토해볼 만하다"며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코로나19 사태 때에도 시장에 공포심은 컸지만, 누군가에겐 큰 수익 기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삼정KPMG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이동 재무자문 대표. 사진=삼정KPMG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삼정KPMG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 중인 김이동 재무자문 대표. 사진=삼정KPMG
올해 삼정KPMG가 주선해 성공한 대표적인 딜로 준오헤어를 꼽았다. 그는 "글로벌 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인수한 준오헤어는 한국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해외로 확장한 딜의 전형"이라며 "이 딜 이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딜들이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준오헤어를 '보물상자'와 같은 회사라며 "체계적인 헤어디자이너를 기르는 아카데미, 파편화된 미용실 소모성자재(MRO) 산업의 통합, AI를 활용한 고객 맞춤 디자이너 매칭 등 준오헤어가 성장할 보물 같은 아이템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아픈 이빨'을 빼낸 일화도 소개했다. 한 대기업이 인수한 A사는 과도한 가격경쟁, 직원들의 인건비 상승, 품질 경쟁력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매물로 나왔지만 오랜기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가 이끄는 삼정KPMG 조직은 전국의 중견기업을 수소문한 끝에 A사의 일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부산의 B사를 찾아내 인수를 성사시켰다.

그는 삼정KPMG의 강점으로 '팀워크'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를 내세우기보다 파트너가 가진 정보와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해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팀워크를 강조하는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M&A자문을 도울 자체 AI모델을 구축한 것도 경쟁력 중 하나다. 그는 "2년간 파트너가 가진 모든 지식과 정보를 AI에 매일 학습시켜 이제는 기초적인 M&A 자문 데이터는 AI를 통해 빠르게 공급받는다"며 "파트너의 개인 편차와는 무관하게 고객 기업에 최상의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정KPMG는 회계감사 뿐 아니라 세무, 딜, 컨설팅 등 비감사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작년 9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1조원을 넘어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삼정KPMG의 작년 딜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0% 가량 증가했다"며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과 한마음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