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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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선 여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미국 동부시간) 미국 정규장 중 5.012%를 찍고 내려왔던 금리는 전날 아시아장에서 5.025%까지 다시 뚫고 올라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등을 시도했던 코스피도 다시 끌어내렸던 요인입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전 세계 채권과 주식 등 모든 자산의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5%라는 '빅 넘버'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중대한 임계점으로 주시했던 선입니다.

2023년 10월에도 장중 5%를 찍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기다렸다는 듯 채권 저가 매수가 쏟아지면서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 끝에 물가와 노동시장이 식고 있을 때였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트레이딩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트레이딩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인플레이션은 시장 예상을 상회합니다. 고용과 소비는 견조하고,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5% 선에서 채권 매수가 들어왔지만 2023년처럼 방향을 돌릴 정도로 강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이틀째 고점을 높여 장중 5.041%까지 찍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채 강제 매수자로 등판시킨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클래리티' 법안이 다시 무산된 것도 국채 시장에는 부정적인 뉴스가 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중앙은행(Fed)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Fed FOMC는 한국 시간으로 17일 새벽 3시 금리를 결정하고, 향후 금리 정책 경로를 가늠할 수 있는 점도표를 내놓습니다. 증시는 이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전망입니다. 16일 한국 증시에서도 오전 10시 기준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지수가 0.5% 상승 전환했습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금리 인상을 경계하며 0.9% 하락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금리가 '5% 임계점'을 넘으면 증시 폭락이 벌어질 것이라던 걱정이 팽배했던 데 비하면 증시는 제법 잘 버티고 있습니다. 더 낯선 장면도 있습니다. 시장이 Fed를 향해 "이번에 안 올리면 아수라장" "지금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금리 안 올리면 아수라장"

금리 인상은 통상 주식에 악재로 여겨집니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미래 이익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Fed가 금리를 올리지 않는 편이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선 Fed가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92.4%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 20%에도 못 미쳤던 12월 추가 인상 가능성도 50%에 육박합니다. 에드 알후세이니 컬럼비아스레드니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ed가 올리지 않으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유가가 급등하고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데도 Fed가 동결한다면 시장은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의지도 정치적 독립성도 잃었다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당장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요.)

그러면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걱정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지탱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 공급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도 기간 프리미엄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10년·30년 장기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식시장에 중요한 건 기준금리보다 주식 할인율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금리, 그리고 Fed가 인플레이션을 잡아줄 것이란 신뢰입니다. 이번에 동결하면 두 가지가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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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Fed가 이번에 금리를 소폭 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선제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내면 장기금리는 오히려 안정될 수 있습니다. JP모건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 미슬라브 마테이카는 "큰 그림에서 볼 때 Fed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통제된 상태에서, 견조한 기업 실적 성장세를 배경으로 진행된다면 증시는 잘 견뎌낼 것"이라며 "신뢰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번주 Fed의 금리 인상은 동결보다 시장에서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Fed가 금리를 인상하면 오히려 장기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한 의지를 '말'로만 강조해왔던 케빈 워시 Fed 의장이 '행동'을 보이면 시장이 비로소 Fed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릭 리더 블랙록 채권 CIO는 "금리 인상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크지 않고,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도 "시장의 기대와 Fed의 의사소통 경로를 고려하면 이번에 금리 인상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관건은 '어떤' 금리 인상인가

관건은 ‘인상 여부’보다 ‘어떤 인상인가’입니다. 증시에 가장 우호적인 시나리오는 ‘비둘기파적 인상’입니다. 씨티증권은 이번에 Fed가 금리를 인상하되, 본격적인 인상 사이클이 아니라 유가와 물가 충격에 대응한 '일회성 조정'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장이 가장 원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JP모건은 "지난해 보험성 인하를 되돌리는 수준의 1~2회 정도 '얕은 인상'은 주식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4~5회 인상', 즉 새로운 긴축 사이클이 반영되는 시나리오는 주식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JP모건은 '얕은 인상'이 기본 시나리오라고 했습니다.

결국 이번 FOMC에서는 인상 여부보다 점도표에 연내 추가 인상이 몇 번 찍히는지, FOMC와 워시 의장이 이번 결정을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한두 차례 정도의 '비둘기파적 인상'이라면 증시가 감당할 수 있고, 오히려 불확실성을 덜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월가의 대표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공동설립자는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지면 (Fed 금리 인상이) 오히려 장기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큰 랠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낙관했습니다.

반면 Fed가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거나, 현재 시장에 반영된 3회 이상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는 시그널이 나오면 증시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6%까지도 괜찮다, '이것'만 지켜지면"

현재로서 시장은 단발성·점진적 인상을 기대하며 눈치보기 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FOMC가 예상대로만 지나가준다면 증시가 큰 짐을 덜어낼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5%대 금리도 걱정했던 만큼 크게 개의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JP모건은 "6% 수준도 견딜 수 있다"고까지 분석했습니다.

단,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① 시장이 기대하는 역대급 수준의 기업 이익 증가세가 지속돼야 하고, ② 금리가 시장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올라야 합니다. ③ Fed 인상도 한두 차례 정도로 끝나야 합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업 실적입니다.

결국 '미국 10년물 5%'는 기계적으로 시장을 무너뜨리는 절대적인 선이 아닙니다. 다만 금리가 오를수록 실적 미달이나 물가 충격, 정책 변수 같은 돌발 요인을 증시가 흡수할 여지는 줄어듭니다. 주식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으로 넘어가겠다는 수요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 쿠션이 계속 좁아지는지, 그래서 증시의 상승 여력도 줄어드는지 여부는 기업 이익 전망과 채권시장 변동성, 중동 리스크와 유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같은 지표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상에서는 이번엔 2023년과 달리 금리가 5% 선에서 계속 버티며 오르는 이유, 고금리 생존의 조건, 월가가 보는 고금리 시대 주도주와 단기 피난처, 주의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도 함께 짚어봤습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