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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매도 상위 10위권 일제히 반도체주
고금리 공포에 AI개발 둔화 우려 커져
증권가에서는 신중론 vs 낙관론 '팽팽'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5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10조240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5조8539억원, 4조3869억원어치 덜어냈고 삼성전자 우선주도 46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해당 종목은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1~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달 들어 8일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매수 우위를 보였던 외국인은 두 종목을 최근 5거래일과 4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했다.
AI발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이들의 의구심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10위권 종목에는 전부 반도체주가 포함됐다. 외국인은 한미반도체(-3645억원·4위)를 삼성전자 우선주 다음으로 많이 팔았고 DB하이텍(-2432억원·5위) 주성엔지니어링(-1578억원·6위) 원익IPS(-1539억원·7위) 테스(-1284억원·8위) 리노공업(-1245억원·9위) 이오테크닉스(1183억원·10위) 등 코스닥시장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도 일제히 순매도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연 5%를 돌파하는 등 매크로 우려가 커지자 위험 회피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금리 상승은 기술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현재 주가에 반영하는 할인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외국인의 매도를 유발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화 강세가 변수로 부상하면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초 1550원대에서 현재 1360원대로 내려왔다. 노무라증권은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국내 반도체 업체 영업이익이 약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AI 산업을 이끄는 수장들이 잇달아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자 관련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에 반도체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도 커졌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경계할 것은 AI 성장의 종료보다 시장이 기대한 성장의 실현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랠리를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론과 낙관론이 동시에 나온다. BNK투자증권은 메모리 수요가 정점을 지났다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낮췄다. SK하이닉스 목표가는 148만원을 유지했으나 전날 종가(169만원)보다 12.43% 낮은 수준이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비용 한계 도달에 따른 수요 탄력 둔화와 금리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어 주가 상단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또한 메모리 가격 상승 둔화와 원화 강세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메모리 업황이 여전히 견고한 상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현재 주가가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추정치 상향이 일부 상쇄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예상보다 높은 상승폭의 흐름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메모리 가격의 기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상승폭 자체가 둔화하는 와중에도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AI 투자 사이클에 힘입어 메모리 시장은 전례 없는 수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고점 대비 약 37% 하락했고 내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3배 수준에 불과해 심각한 저평가 상태"라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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