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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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상품권은 3.9%, 롯데는 3.5%, 신세계는 3.2% 할인해드립니다.”

웨딩 특수에…상품권 '편법 거래' 활개
지난 10일 서울 회현동의 한 백화점 뒤편. 상품권을 사고파는 사설 업체가 밀집한 골목에서 만난 업주 A씨는 백화점별 상품권 할인 시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예컨대 10만원짜리 신세계 상품권을 9만6800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이맘때 가격(약 9만7000원)보다 다소 저렴했다. A씨는 “요즘 혼수 수요가 많아져 업체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며 “시세보다 싸게 주는 것”이라고 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혼인 건수가 늘고 예물·예단 수요가 살아나면서 사설 상품권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사 명품 시계와 주얼리 등을 구매하려는 예비부부가 몰리면서다.

업체 간 경쟁은 할인율에서 드러난다. 할인율을 더 높여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 상품권 할인율은 1년 새 일제히 올랐다. 신세계는 2.7~3%에서 3.2%로, 현대는 3.4%에서 3.9%로 뛰었다. 롯데도 3.4%에서 3.5%로 올랐다. 할인율 차이가 0.1~0.2%포인트에 불과해 조금이라도 더 깎아줘야 손님을 잡을 수 있어서다.

마진을 줄이는 데 한발 더 나아간 업체도 있다. 구매 금액에 따른 포인트를 소비자가 아니라 사설 업체 회원번호로 쌓으면 할인율을 0.5%포인트가량 더 높여주는 방식이다.

이런 유치 경쟁의 주된 타깃은 예물 수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3월 혼인 건수는 2만1112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0.1% 늘었고, 4월에도 2만662건으로 9% 증가했다. 결혼이 증가하자 명품 브랜드 예물 결제액은 더 가파르게 뛰었다.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웨딩밴드로 유명한 쇼메의 지난달 카드 결제액은 96억2415만원으로 1년 전보다 390.5% 급증했다. 부쉐론과 까르띠에는 각각 153.1%, 93.3% 늘었고 티파니(28.9%)와 불가리(28.7%)도 증가했다.

예비부부가 상품권까지 동원해 값을 깎으려는 데는 예물 트렌드 변화가 깔려 있다. 과거에는 금은방에서 금반지나 다이아몬드 보석을 맞추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은 명품 브랜드의 하이주얼리를 한두 점만 장만하는 추세다. 품목당 가격이 최소 수백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다 보니 할인율이 0.1%만 높아도 절대 금액에서 차이가 작지 않다. 예물 마련을 위해 상품권을 구입한 이모씨(43)는 “결혼 준비에 큰돈이 들어가 0.5% 할인도 작지 않다”며 “업체가 알려준 번호로 포인트를 적립하고 추가 할인을 받았다”고 했다.

업체들은 이렇게 확보한 포인트와 구매 실적을 다시 상품권 확보에 쓴다. 백화점에서 실적에 따라 받은 상품권을 사설 시장에 할인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구조다. 고객이 추가 할인을 받고 업체는 실적을 챙기는 사이, 실제 구매자가 아닌 곳에 혜택이 쌓이는 편법 거래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희영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약관이 실제 구매자 본인에게만 포인트를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부정 적립된 포인트를 회수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며 “회원 계정 정지와 부당이득 반환 청구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거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일부 업체가 ‘백화점 신속 배달’을 내걸고 홍보한다. 매장에서 상품권을 사고팔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출입문 밖에서 건네받은 뒤 곧바로 매장에서 결제하는 식이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