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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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관리하던 VVIP 고객 명단을 넘기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동료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제보한 혐의로 기소된 명품 매장 전 직원이 1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해당 사건은 5년 전 '강남 백화점 VIP 명단 유출'으로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법원은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일파만파 퍼진 언론 보도로 브랜드, 매장, 동료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점을 반영해 법정 구속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단독은 최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명품 보석 브랜드 매장 직원 D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동료 근무태도 수첩에 적다 갈등..."왕따당했다" 언론에 제보

2021년 9월 D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백화점에 입점한 최고급 명품 보석 브랜드 매장에 신입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D씨는 근무하면서 자신의 개인 수첩에 동료직원들에 대해 '환영인사x', '고객 앞에서 통화' '제품 두고 금고행' '장갑 안 낌' 등 근태를 평가하는 내용을 적어두었다.

입사 5일째 되던날 D씨가 이 수첩을 정수기 근처 선반에 두고 자리를 비웠는데, 이를 동료 직원이 발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동료는 내용을 확인한 뒤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다른 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수첩의 실체를 알게 된 지점장과 매장 직원들은 D씨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D씨는 궁지에 몰렸다.

입사 열흘째 되는날 동료들과 언쟁이 벌어진 후 "(언쟁을 벌인 동료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지 않으면 더이상 근무를 하지 않겠다"던 D씨는 이튿날 본사 직원과 면담 후 곧바로 사직서를 냈다.

그런데 D씨는 한달이 넘어 사실을 왜곡해 언론에 제보했다. 다이어리에 자신이 과거에 응대했던 고객들의 이름과 취향 등 단편적인 정보가 적혀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를 '본사 차원에서 탐낸 VVIP 리스트'라고 주장한 것이다.

D씨는 방송사 기자를 만나 "지점장이 본사의 요청이라며 나에게 VIP 리스트를 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조직적 왕따가 시작됐다. 내가 매장 지시로 출장가면서 자리를 비운 사이 직원들이 다이어리를 무단 도촬해 고객 정보를 가로챘다"고 제보했다. 이어 자신은 스카우트를 통해 채용된 직원인데 본사가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고 부당하게 퇴사만 종용했다고도 주장했다.

제보를 받은 언론사는 2021년 10월 '명품 브랜드 매장 집단 따돌림'을 잇따라 보도했고 다수 다른 언론사도 후속 보도에 나섰다. 이 보도는 대기업 명품 브랜드의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자 '고객 개인정보 무단 유출' 사건으로 인식되며 엄청난 대중적 공분을 일으켰고, 해당 브랜드는 경찰로 부터 압수수색을 받는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법원 "포렌식 해도 VIP 리스트 없어...제보 허위"

하지만 법원은 D씨의 제보 내용을 '허위 사실'로 규정했다. VIP 명단 강요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갈등 과정이나 본사 면담 과정에선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언론 제보 이후)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동료들이 다이어리를 도촬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전부터 직원들의 근무 모습을 보고 메모를 하는 것을 보고 수상하게 여겼기 때문이지, VVIP 리스트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동료 직원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고객 정보는 전혀 없었고 오직 D가 동료들의 근태를 평가한 메모 사진만 발견됐다. 스카우트 된 직원이었는데 리스트만 빼앗으려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매장 측이 D를 먼저 접촉하거나 특별한 조건을 제시한 바 없고, 지인의 일반적인 추천으로 입사 지원해 채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D씨는 자신이 왕따를 당해 지문 등록도 안 해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입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안내가 지연된 것 뿐"이라고 판단했다. 회사가 퇴사를 종용했다는 주장에는 "되레 회사와 면담 일정을 D가 일방적으로 취소한 적이 있고, 이후 본사가 결근을 지적하면서 수차례 사직 의사가 유효한 것인지를 물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D의 제보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했다고 평가할 여지가 없고,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D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빚어진 갈등과 다툼에 앙심을 품고 매우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꾸며 전파력이 높은 언론에 기사화되게 한 죄책이 무겁다"며 "브랜드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매장의 직원들도 큰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궤변에 가까운 주장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타인을 거짓으로 모함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 반사회적이고 극히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초범인 D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허위 폭로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면 해당 기업과 동료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지만 이를 바로 잡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초범인데도 실형을 내린 것은 법원이 무분별한 허위 제보 폭로전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