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락 칼럼] 불멸 꿈꾸는 억만장자들
자연에는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리는 생명체가 있다. ‘불멸의 해파리’(투리톱시스 도르니)가 대표적이다. 이 해파리는 노화가 진행되면 몸을 유충 단계로 되돌린다. 이론적으로 이런 과정을 무한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는다면 생물학적으로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리스신화 속 ‘히드라’와 똑같은 이름의 미세 유기체도 늙지 않는다. 머리를 잘라내도 다시 자라나는 그 괴물처럼 줄기세포가 지속해서 분열해 낡은 세포를 끊임없이 교체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숙명으로 여겨지는 노화와 죽음이 절대 명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명체들이다.

인류는 먼 옛날부터 영생을 꿈꿨다. 인류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인정받는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는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그렸다. 진시황의 불로초는 말할 것도 없다. 중세 유럽 연금술사도 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불로장생의 영약을 원했다. ‘늙지 않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이제 상상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강력한 무기 덕분이다.

AI는 ‘항노화’ ‘역노화’ 연구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이미 80만 개가 넘는 화합물을 AI로 분석해 노화를 유발하는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3종의 후보 물질을 찾아낸 성과도 나왔다. 지난주엔 더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 바이오기업 라이프바이오사이언스가 ‘노화 역전(age reversal)’ 기술을 사람에게 처음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치료로 녹내장 환자의 시신경을 다시 자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학계에선 노화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란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에 미국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등이다. 베이조스가 거액을 투자한 알토스랩스는 2022년 출범 당시 바이오스타트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30억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모았다. 올트먼은 세포 역노화를 연구하는 레트로바이오사이언스를 지원하고 있다. 구글이 설립한 칼리코는 벌거숭이두더지쥐 등 장수 동물을 통해 노화의 비밀을 추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자산가들은 영생에 대한 개인적 욕망을 넘어 ‘롱제비티(장수)’ 산업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본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 연구팀은 인류의 건강수명이 1년 늘어나면 그 경제적 가치가 38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건강한 삶, 생산성 향상, 의료비 절감, 미래 세대가 얻는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전망은 더 파격적이다. 그는 “지금은 1년을 보내면 수명 1년을 잃지만, 2032년에는 1년이 지나도 1년의 수명을 되돌려받을 것”이라고 했다. 의학 발전이 수명 연장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얘기다.

인류는 이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 역설과 같은 근원적 질문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아테네인들은 테세우스가 타고 온 배를 보존하기 위해 썩은 판자를 떼어내고 새로운 나무로 갈아 끼웠다. 결국 배의 모든 부분이 새것으로 바뀐다면 그 배를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세포가 끊임없이 교체되고, 생물학적 신체가 모두 갈아 끼워진 나는 과연 진정한 나일까.

역노화로 젊어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의학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구분되는 사회는 또 다른 인구·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이다. 죽음을 지워가는 시대, 인류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