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들쑥날쑥 IMD 국가경쟁력 평가
“올해 설문자 응답률도 예년과 비슷한 5% 미만입니다.”

회사 만족도 조사나 길거리 시민 여론조사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매년 이맘때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 활용되는 설문조사 응답률 얘기다.

IMD는 거시지표와 해당국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합산해 국가경쟁력 순위를 매긴다. 각국 기업 경영환경은 어떤지(기업효율성), 정부 정책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정부효율성) 등을 평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70개국을 1위부터 70위까지 줄 세운다. 올해 조사에서 한국은 21위에 올랐다. 정부는 “기업효율성 순위가 올라가 종합순위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믿을 만한 수치일까? 지난해 한국의 종합순위는 27위로 전년 20위에서 급락했다. 기업효율성 점수가 같은 기간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하락한 영향이 컸다. 올해는 이 점수가 34위로 10계단 상승하면서 다시 종합순위를 끌어올렸다. 한 국가의 기업효율성이 해가 바뀔 때마다 이렇게 출렁거렸다고는 믿기 어렵다. IMD지수가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국제 지표라기엔 정확성과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선 설문조사 응답률이 지나치게 낮다. 올해 IMD 설문조사는 국내 기업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했지만 응답자는 40명에도 못 미쳤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는 1050명 중 53명만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조사에 의존해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예컨대 기업효율성 점수는 근로 생산성이나 기업의 위기 대응 역량이 충분한지를 ‘매우 그렇다’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까지 몇 개 항목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나라별로 설문 대상자 수와 응답 규모도 제각각이다. 응답자들이 해당 국가 산업계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각 나라의 문화와 산업 구조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문조사값과 각종 지표를 1 대 1로 비교해 단순 합산하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IMD 국가경쟁력 평가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 경제와 정책의 성과를 보여주는 성적표처럼 소비돼 왔다. 전년보다 순위가 오른 해에는 정부가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관계자조차 “순위 등락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단순 참고자료 정도로 보는 게 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과거처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우리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국제 순위보다 규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