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도심에 걸린 '3daysofdesign 2026' 메인 이미지 / 사진. ©Stefania Zanetti, 3daysofdesign
코펜하겐 도심에 걸린 '3daysofdesign 2026' 메인 이미지 / 사진. ©Stefania Zanetti, 3daysofdesign
북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인 페스티벌 3daysofdays가 지난 6월 12일 막을 내렸다. 2013년 4개의 브랜드가 함께 작은 항구 지역의 창고에서 시작한 작은 이벤트는 이제 덴마크, 더 나아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570개의 전시가 열렸고 140개국에서 12만5000명이 방문할 만큼 그 규모도 함께 성장 중이다. 방문객은 지난 해 6만여 명에 비해 두 배 가량 늘어난 숫자다.

‘이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디자인

3daysofdesign 행사 사상 가장 긴 롱 테이블 디너가 열렸다 / 사진. ©laura alvarez, 3daysofdesign
3daysofdesign 행사 사상 가장 긴 롱 테이블 디너가 열렸다 / 사진. ©laura alvarez, 3daysofdesign
올해 주제인 ‘이 순간을 의미 있게(Make This Moment Matter)’에 대해 3daysofdesign 주최측은 ‘과거에는 영원한 영감이, 미래에는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 있기에 이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자는 의미’라고 선정 취지를 밝혔다.

전시에 참여한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은 그래서인지 특정한 테마에 집중하기보다 브랜드의 ‘현재’에 대한 다양하고 넓은 해석의 기회를 얻었다. 또한 페어 전반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데에 집중하려는 노력도 느껴졌다. 행사 내내 전시장 곳곳에서 롱 테이블 디너와 같은 소셜 커뮤니티를 통해 디자인, 사회, 지역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클래식 제품들의 재탄생

[좌]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이 1962년에 비트라와 협업한 리빙 타워 공간과 의자의 경계를 허물었다. / 사진. ©3daysofdesign  [우] 국내에서도 유명한 시스템 PH 시리즈 100주년을 맞아 선보인 루이스 폴센의 PH11 피아노 테이블램프 한정판 / 사진. ©louise poulsen
[좌]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이 1962년에 비트라와 협업한 리빙 타워 공간과 의자의 경계를 허물었다. / 사진. ©3daysofdesign [우] 국내에서도 유명한 시스템 PH 시리즈 100주년을 맞아 선보인 루이스 폴센의 PH11 피아노 테이블램프 한정판 / 사진. ©louise poulsen
올해 3daysofdesign에서는 과거의 아카이브를 찾아내 그들만의 스토리를 재생산하는 브랜드가 많았다. 이는 아직도 사랑받는 스테디 셀러이자 각자의 시그니처 제품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올해 시스템 PH 탄생 100주년을 맞은 루이스 폴센을 비롯해 앤트레디션, 해이, 베르판, 비트라 등 여러 브랜드가 대표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앤트레디션과 비트라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기념 에디션을 나란히 내놨다. 이는 브랜드 스스로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디자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보였다. 이러한 제품들은 단순한 복원의 개념을 넘어 재해석의 과정을 거쳐 브랜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만든 경험의 영역

도시 곳곳에 걸린 하얀 풍선에는 'Make this Moment Matter'라는 올해 주제가 새겨져 있다 ©Stefania Zanetti, 3daysofdesign
도시 곳곳에 걸린 하얀 풍선에는 'Make this Moment Matter'라는 올해 주제가 새겨져 있다 ©Stefania Zanetti, 3daysofdesign
방문객들은 3daysofdesign이 다른 디자인 페어에 비해 사람 사이의 연결 장치를 두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을 인상적으로 바라봤다. 물론 AI와 같은 기술에 대한 담론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수공예, 장인정신 등 인공지능이 아직은 체화할 수 없는 제품(혹은 브랜드) 경험을 강조하는 전시가 유독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 디자인 컨설팅 그룹 브래드앤버터(Bread&Butter)는 코펜하겐 북부 항구 지역인 노르하븐(Norhavn)의 한 창고에서 목욕의 즐거움을 탐구하는 전시를 펼쳤다. 한국인 디자이너 듀오 AE스튜디오의 큐레이팅으로 진행된 이 전시는 지난 해 ‘식사’를 주제로 한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사적인 경험의 영역인 목욕을 다양한 제품과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런가 하면 재봉틀로 엮어낸 가구와 오브제 등을 소개한 VÆRKTØJ(덴마크어로 ‘도구’라는 뜻) 전시는 기술과 컴퓨터가 아닌, 사람과 기계가 만나는 아날로그적 접근을 통해 현재를 이야기했다. 이 전시에는 에르완 부홀렉, 톰 딕슨, 피어슨 로이드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함께했다. 또 덴마크 유명 침구 브랜드 테클라(Tekla)는 'The Heart of Living'이라는 전시에서 전통적 조각보 퀼트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소재와 환경을 고민하다

지난 해 3daysofdesign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소재 전문 플랫폼 머테리얼 매터(Material Matter) ©Andreas Aicka Thomsen, 3daysofdesign
지난 해 3daysofdesign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소재 전문 플랫폼 머테리얼 매터(Material Matter) ©Andreas Aicka Thomsen, 3daysofdesign
올해 전시에는 건축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고민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이는 지속가능한 가구와 건축 소재에 대한 연구를 넘어 이를 시스템화 하는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 해 3daysofdesign를 통해 국제 무대에 진출한 머테리얼 매터(Material Matters, 영국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이자 디자인 플랫폼)는 소재에 초점을 맞춘 19개 전시 협업 작품을 펼쳐냈고, 스튜디오 미트레&먼데이즈(Mitre&Mondays)는 ‘Wood for the Trees’라는 전시를 통해 목재, 숲 생태계를 주목하고 임목 자원 관리, 제품 생산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올해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타블로우(Tableau)는 버려진 자원을 활용한 제품과 가구를 통해 소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활용, 지속가능성을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해 디자이너의 영원한 숙제가 단순한 크리에이티브와 생산, 소비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인터뷰] 시네 버달 테렌치아니 3days of design CEO 겸 디렉터

3daysofdesign CEO 겸 디렉터 시네 버달 테렌치아니는 Wave와 만나 "바로 지금, 자신만의 의미 있는 이유를 찾는 게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 일답.
3daysofdesign CEO 시네 버달 테렌치아니(Signe Byrdal Terenziani) / 사진. ©Davy Denke, 3daysofdesign
3daysofdesign CEO 시네 버달 테렌치아니(Signe Byrdal Terenziani) / 사진. ©Davy Denke, 3daysofdesign
▶ 4개의 브랜드로 조촐하게 시작한 3daysofdesign이 명실공히 글로벌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사가 커진 만큼 기획도 운영 규모도 거대해지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경험의 기대치를 낮추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조율하고 있다. 우리의 시작이었던 지역성, 커뮤니티, 인간성, 창의성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는 잃지 않으려고 한다.”

▶ 올해의 주제인 ‘Make This Moment Matter’는 어떻게 떠올렸나?

“가짜와 진짜가 모호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깊이’를 갈망하게 됐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의 가장 큰 존재 이유와 가치는 ‘현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진짜 무언가를 바꾸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은 지금이 아닌가. 디자이너나 브랜드뿐 아니라 소비자 또한 주도적으로 현재를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 북유럽 디자인의 전반적인 가치에는 ‘지속가능성’이 항상 자리한다. 그런 점에서 행사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디자이너들은 지속 가능성을 기본적인 토대로 작업한다. 이는 소재부터 문화, 기술, 장인정신 모두를 포함한다. 그 힘은 트렌드에 휩쓸려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작품’을 만들고 쓰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3daysofdesign은 기업, 디자이너, 소비자 모두 지속가능한 선택을 하는 지금의 방향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올해의 3daysofdesign은 어떤 의미를 남겼나?

“소비를 하거나 영감을 얻거나, 무엇을 하든 모두 열린 마음으로 대하기를 바랐다. 그 안에서 더 많은 연결과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모니터나 휴대전화 속이나 기술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의견을 나누며,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데서 나온다. 그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