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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파리는 옛말…지금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곳 [오상희의 공간&트렌드]
지금 전세계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북유럽 대표 디자인 페스티벌 3daysofdesign
북유럽 대표 디자인 페스티벌 3daysofdesign
‘이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디자인
전시에 참여한 브랜드나 디자이너들은 그래서인지 특정한 테마에 집중하기보다 브랜드의 ‘현재’에 대한 다양하고 넓은 해석의 기회를 얻었다. 또한 페어 전반에서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고, 느끼고 경험하는 데에 집중하려는 노력도 느껴졌다. 행사 내내 전시장 곳곳에서 롱 테이블 디너와 같은 소셜 커뮤니티를 통해 디자인, 사회, 지역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클래식 제품들의 재탄생
특히 앤트레디션과 비트라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기념 에디션을 나란히 내놨다. 이는 브랜드 스스로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디자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보였다. 이러한 제품들은 단순한 복원의 개념을 넘어 재해석의 과정을 거쳐 브랜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만든 경험의 영역
네덜란드 디자인 컨설팅 그룹 브래드앤버터(Bread&Butter)는 코펜하겐 북부 항구 지역인 노르하븐(Norhavn)의 한 창고에서 목욕의 즐거움을 탐구하는 전시를 펼쳤다. 한국인 디자이너 듀오 AE스튜디오의 큐레이팅으로 진행된 이 전시는 지난 해 ‘식사’를 주제로 한 전시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사적인 경험의 영역인 목욕을 다양한 제품과 스토리로 풀어냈다.
그런가 하면 재봉틀로 엮어낸 가구와 오브제 등을 소개한 VÆRKTØJ(덴마크어로 ‘도구’라는 뜻) 전시는 기술과 컴퓨터가 아닌, 사람과 기계가 만나는 아날로그적 접근을 통해 현재를 이야기했다. 이 전시에는 에르완 부홀렉, 톰 딕슨, 피어슨 로이드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함께했다. 또 덴마크 유명 침구 브랜드 테클라(Tekla)는 'The Heart of Living'이라는 전시에서 전통적 조각보 퀼트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소재와 환경을 고민하다
또한 올해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타블로우(Tableau)는 버려진 자원을 활용한 제품과 가구를 통해 소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활용, 지속가능성을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해 디자이너의 영원한 숙제가 단순한 크리에이티브와 생산, 소비에만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인터뷰] 시네 버달 테렌치아니 3days of design CEO 겸 디렉터
3daysofdesign CEO 겸 디렉터 시네 버달 테렌치아니는 Wave와 만나 "바로 지금, 자신만의 의미 있는 이유를 찾는 게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 일답.
“행사가 커진 만큼 기획도 운영 규모도 거대해지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경험의 기대치를 낮추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조율하고 있다. 우리의 시작이었던 지역성, 커뮤니티, 인간성, 창의성에 대한 존중 등의 가치는 잃지 않으려고 한다.”
▶ 올해의 주제인 ‘Make This Moment Matter’는 어떻게 떠올렸나?
“가짜와 진짜가 모호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깊이’를 갈망하게 됐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의 가장 큰 존재 이유와 가치는 ‘현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진짜 무언가를 바꾸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은 지금이 아닌가. 디자이너나 브랜드뿐 아니라 소비자 또한 주도적으로 현재를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 북유럽 디자인의 전반적인 가치에는 ‘지속가능성’이 항상 자리한다. 그런 점에서 행사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디자이너들은 지속 가능성을 기본적인 토대로 작업한다. 이는 소재부터 문화, 기술, 장인정신 모두를 포함한다. 그 힘은 트렌드에 휩쓸려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래 살아남는 작품’을 만들고 쓰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3daysofdesign은 기업, 디자이너, 소비자 모두 지속가능한 선택을 하는 지금의 방향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올해의 3daysofdesign은 어떤 의미를 남겼나?
“소비를 하거나 영감을 얻거나, 무엇을 하든 모두 열린 마음으로 대하기를 바랐다. 그 안에서 더 많은 연결과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모니터나 휴대전화 속이나 기술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의견을 나누며,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데서 나온다. 그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