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의 시간…대기업 '사용자성' 줄줄이 판가름난다
이번주부터 재심판정 잇따라…노란봉투법 '분수령'
포스코·인국공·현대제철 등 26건
사용자성 확정 땐 교섭의무 발생
교섭 과정 조정신청·쟁의 본격화
하반기부터 행정소송 늘어날 듯
포스코·인국공·현대제철 등 26건
사용자성 확정 땐 교섭의무 발생
교섭 과정 조정신청·쟁의 본격화
하반기부터 행정소송 늘어날 듯
◇중앙노동위원장이 직접 등판
15일 중노위에 따르면 이번주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고려아연 등 주요 기업 사건의 재심 판정이 예정돼 있다. 다음주에도 SK에코플랜트, 현대제철,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 사건이 대기 중이다. 하청 노조가 교섭을 신청하고 원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조는 일단 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통해 사용자성에 대한 1차 판단을 받는다. 지방노동위 판단에 불복하는 원청 기업이나 노조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중노위에 접수된 사건은 총 26건이다.고용노동부가 마련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 지침에 따르면 중노위 재심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원청은 하청 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행정소송으로 재심 효력을 다투더라도 판정 효력은 유지되기 때문에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재심 판정 이후 현장에서 원·하청 교섭이 본격화할 수밖에 없다.
중노위도 재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최초로 형성되는 법리적 판단 기준이라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개정 노동조합법 2조의 큰 틀을 설계한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다음주부터 심판 업무에 본격적으로 등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중노위원장은 한 달에 한 건 정도 주요 사건을 맡는 것이 관행이지만 박 위원장은 다음주부터 주 5일 가운데 4일은 주요 사건을 직접 주관할 계획이다.
◇향후 수년간 행정소송의 출발점
중노위 판정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7·15 총파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 핵심 의제로 원·하청 교섭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중앙노동위가 잇따라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더 많은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하며 압박할 수 있다.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 고발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중노위도 하반기부터 원·하청 노사 교섭이 본격화하고 이 과정에서 이견이 표출되면 ‘조정 신청’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 신청은 파업 등 쟁의행위를 벌이기 전 거쳐야 하는 필수 절차다. 이에 따라 중노위는 지난 11일 준상근조정위원 간담회를 열고 주요 사업장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행정소송도 잇따를 전망이다. 중노위 판정서를 송달받은 기업은 15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달 초 본격적으로 재심이 이뤄졌고, 중노위 판정문이 나오는 데 대략 30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르면 7월 중순부터 행정소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정 노동조합법의 최종 해석 권한이 법원에 있는 만큼 하급심 판결부터 향후 수년간 이어질 원청 사용자성 소송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성을 둘러싼 논란은 제조업 전후방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울산지방노동위는 15일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전국금속노조가 낸 시정 신청 사건에서 사용자성을 판단한다. 구내식당 운영 인력, 경비·보안 인력, 자동차 판매원 등 총 1765명이 참여한 사건이다. 현대차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대리점 소속 판매원인 ‘카마스터’까지 포함돼 주목받고 있다.
한 노동 전문가는 “과거에는 공장 생산직 하청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다양한 직군으로 논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용희/김우섭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