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득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왼쪽)가 지난달 22일 서울대에서 열린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천현득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왼쪽)가 지난달 22일 서울대에서 열린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경덕 기자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AI가 인간의 내밀한 감정의 영역까지 파고들면서 인간과 AI의 관계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대 인문대학이 지난달 22일 서울대 인문관에서 개최한 ‘인문학, 시대와 함께 호흡하다’ 행사에서다. 공학, 영문학, 과학학 등 전혀 다른 분야 교수들이 모여 AI와 인간의 사랑이 가능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이동신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프랑스 작가 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이 1886년 발간한 소설 ‘미래의 이브’를 예로 들며 ‘맞춤형 사랑’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작품은 이상적인 연인을 만들기 위해 인간 여성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를 제작하는 이야기를 통해 AI에 대한 사랑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기술이 인간의 결핍을 대체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교수는 “사람들은 AI를 나에게 맞춘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살아가려면 사실은 인간이 AI에 맞추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결국 “AI와 인간의 연애는 착각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AI가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을 인간이 ‘나를 위한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짝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AI가 ‘도구에서 동료로, 그리고 동료에서 거울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생산성과 연구 역량을 높이는 기술에서 나아가 인간의 정서적 의존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됐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AI와 인간의 관계를 ‘비대칭적 관계’로 정의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논문에서 제시된 ‘인지 부채’ 개념을 언급하며 “AI를 통해 인간은 사고를 외주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적 관계도 비대칭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윤 교수는 “인간은 AI에 사랑을 느낄 수 있지만, AI가 사랑을 느끼느냐는 다른 질문”이라고 말했다.

천현득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AI를 사랑할 수 있느냐”와 “AI와 서로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동물, 식물, 심지어 돌과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처럼 일방적인 사랑은 가능하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AI가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