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노선에서 바라본 운정신도시. 사진=이송렬 기자, 편집=유채영 기자
GTX-A노선에서 바라본 운정신도시. 사진=이송렬 기자, 편집=유채영 기자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GTX만 개통되면 집값도 날아갈 줄 알았어요. 근데 막상 꿈쩍도 하지 않네요. 전구간이 개통하면 좀 나아지려나요?"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가장 가까운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남성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 바로 아래 동네?…운정신도시는 어떤 곳일까

운정신도시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2기 신도시 가운데 1곳입니다. 운정1~6동과 교하동 일대를 통들어서 운정신도시라고 하죠. 과거엔 '운정'이라는 이름 대신 '교하'라고 불렸습니다. 교하동은 북한과 가장 가까운 동네이기 때문에 일부 실수요자는 "북한 바로 아래 있는 동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운정신도시가 본격 개발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접경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이미지가 많이 지워졌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GTX라는 교통 호재가 자리 잡게 됐습니다.

운정에서 GTX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과의 거리 때문입니다. 경의중앙선 운정역부터 서울역까지의 거리는 대략 45km입니다. GTX가 개통되기 전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면 1시간 넘게 타야 하는 거리입니다.
GTX-A노선 운정중앙역 모습. 사진=이송렬 기자.
GTX-A노선 운정중앙역 모습. 사진=이송렬 기자.
문제는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경의중앙선을 타러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신도시 초반엔 버스와 지하철과의 연계가 좋지 않았죠. 자동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유로,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등 도로망이 있었지만 서울에 진입하면서부터는 교통지옥을 맛봐야 했습니다.

이런 교통 지옥에 GTX라는 단비가 내렸습니다. GTX-A노선은 운정신도시 집값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변수입니다. 파주 운정중앙역에서 출발해 서울역, 삼성, 수서, 성남, 동탄으로 이어지는 GTX-A노선은 2024년 수서~동탄 구간과 운정중앙~서울역 구간이 차례로 문을 열었습니다.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2분입니다. 기존보다 서울에 나가는 시간이 3분의 1로 줄어든 것입니다.

한때 서울 접근성 개선이라는 기대감은 운정신도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파주시 동패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GTX-A노선 개통'이라는 호재 하나만 보고 운정신도시에 입주한 실수요자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그렇게 바라던 GTX 뚫렸는데…집값 '요지부동'

GTX가 정상 운행을 하고 있지만 집값은 과거 고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운정신도시 대장 아파트는 GTX가 다니는 운정중앙역과 가장 가까운 목동동 '한울마을1단지운정신도시IPARK'입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집값 급등기인 2021년 7월 9억7000만원에 손바뀜하며 10억원 턱밑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부진합니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7억4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고점과 비교하면 2억2500만원 낮은 수준입니다. 7억원대 중반에 거래됐지만 여전히 6억원대 거래가 심심찮게 이뤄집니다. 중층 기준으로 7억원대 중반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는 게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사의 설명입니다.

이 단지에 있는 B 공인 중개 대표는 "그나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수요자들이 GTX 인근 단지에 관심이 커졌다"며 "덩달아 이 단지도 같이 관심을 받으면서 거래가 좀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GTX-A노선 운정중앙역과 가장 가까운 '한울마을1단지운정신도시IPARK' 사진=이송렬 기자.
GTX-A노선 운정중앙역과 가장 가까운 '한울마을1단지운정신도시IPARK' 사진=이송렬 기자.
운정신도시 내에 있는 다른 단지들 상황도 비슷합니다. 올해 최고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동패동에 있는 '초롱꽃마을13단지디에트르더퍼스트' 전용 84㎡는 지난 3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다른 단지들 최고가는 7억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와동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GTX 반대편 끝에 있는 동탄 일대는 일자리가 받쳐주지 않느냐"며 "운정신도시는 일자리 수요가 없어 집값이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아직 서울역~수서 구간이 연결되지 않아 운정에서 강남·동탄까지 직결되는 구조가 완성되기 전인 만큼 '마지막 희망'에 기대를 거는 수요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인근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내후년께 GTX가 완전 개통되면 소폭 집값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버티는 실수요자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GTX 뚫리면 집값 날아간다더니"…40대 집주인 한탄 [철길옆집]
전문가는 단순하게 교통 호재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했습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교통 호재가 수도권에서 예전처럼 무조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는 기존 원주민의 편의가 개선되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예컨대 동탄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직주근접 수요가 있고, 최근 중저가 단지가 많이 오르면서 수혜도 받았다"며 "집값에 영향을 주는 기본 요인은 공급, 인구, 소득이다. 이런 요인이 갖춰진 뒤에야 교통망 등 개발 재료가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