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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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판에서 재산분할을 할 때 비상장 주식에 대해 주로 ‘대상분할’(특정 재산 소유권을 한명이 갖고 상대방에겐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 명령을 내리는 법원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상분할만 고집할 게 아니라 현물분할, 경매분할 등 여러 방식 중에서 상황에 가장 적합한 분할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비상장 주식은 현금화 어려워”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씨(아내)가 비상장 기업 창업주인 B씨(남편)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지난달 29일 대상분할을 명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대상분할 방식으로 재산분할을 명하는 게 당사자들의 형평을 현저히 해하는 경우에는 여러 종류의 재산분할 방법을 혼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부부는 현금과 주식 중 어느 형태로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견을 보였다. 이들의 총 재산은 891억원이었다. A씨의 순재산은 35억원이었고 나머지 856억원은 B씨 소유였다. 원심은 재산분할 비율을 20(A씨) 대 80(B씨)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B씨는 A씨에게 143억원의 차액을 지급해야 했다. A씨는 이를 현금으로 달라고(대상분할) 했지만, B씨는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 지분으로 주겠다(현물분할)고 맞섰다.

B씨는 현금화가 어려운 비상장 주식의 특성 때문에 현물분할을 주장했다. B씨의 재산 856억원 중 753억원은 비상장 주식이었는데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 값을 받고 주식 일부만 매각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머지 재산(103억원)의 상당수도 부동산에 묶여 있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대상분할을 명한 원심 판단은 B씨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판단해 파기환송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비상장 회사의 폐쇄성으로 인해 피고가 제3자에게 주식을 매각하려면 회사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과반 이상을 매각하지 않는 한, 적정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피고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주식이 매각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세금이나 비용이 모두 B씨에게 전가된다는 점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요인으로 꼽혔다.

대상분할을 선호하는 경우도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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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번에 대상분할이라는 방식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건 아니다. 비상장 주식 보유자 중에서 지분을 나눠주는 현물분할 대신 대상분할을 선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비교적 거래가 잘 되는 비상장 주식을 들고 있거나, 해당 주식의 가치가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는 경우엔 주식 대신 현금을 주려 한다”며 “경영권 분쟁 등을 우려해 이혼한 배우자한테 지분을 주지 않으려 하는 창업주도 많다”고 전했다.

부부 중 한쪽이 소수의 비상장 주식을 현물로 받게 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도 있다. 예컨대 재산이 많은 쪽이 가사나 육아를 주로 전담한 쪽에 현금이나 부동산 대신 현금화가 어려운 비상장 주식 일부를 떼어주면, 경제력이 떨어지는 배우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재산분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법원도 이번 판결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급적 대상분할 방식을 우선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B씨 사례처럼 대상분할이 기업을 운영하는 쪽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비상장 주식 일부 매각이 어렵자, 회사 전체를 사모펀드에 매각해 대상분할 지급금을 마련한 중소기업 설립자 케이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 법무법인 트러스트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그동안 법원은 개별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관습적으로 대상분할 결정을 계속 내려 왔다”며 “구체적 상황에 따라 유연한 분할방법을 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