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30년을 모았다, 끝내 모두에게 연 '생각의 정원' [진세인의 공간 교과서]
사적인 수집에서 만들어진 사유원
일부러 불편하게 지킨 것들
일부러 불편하게 지킨 것들
그래서 이곳은 불편하다.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고, 입장료는 평일에도 5만 원이며, 드넓은 영역을 정해진 시간 내에 걸어야 한다. 모든 것이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매끄럽게'를 향해 달리는 시대에 정반대다. 그러나 이 불편은 결함이 아니다. 귀하게 모은 것일수록 함부로 소비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된 마찰이다. 누구나 쉽게 닿는 것은 쉽게 잊힌다는 사실을, 이 정원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한 사람이 평생 모은 것
시작은 한 그루 나무였다. 1989년, 태창철강을 이끌던 설립자 유재성 회장은 300년 된 모과나무 네 그루가 일본으로 실려 나간다는 소식에 부산항으로 달려가, 시세의 네 배를 치르고 출항을 막았다. 그는 2006년 군위군에 부지를 마련했고, 다시 15년을 들여 2021년 가을, 약 20만 평의 정원으로 열었다. 부산항에서 구해낸 그 모과나무들이, 붉게 녹슨 코르텐 화단 위 풍설기천년(風雪幾千年)에 서 있다. 수백 년의 풍상을 견딘 굵은 줄기와 뒤틀린 가지가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서서, 정원의 이름값을 여기서 완성한다.수집은 나무에 그치지 않았다. 물의 정원 사담은 그 절정이다.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이 건물은 구로 철판으로 외장을 둘러, 묵직하고 진중한 물성으로 풍경을 해치지 않는다. 장방형의 몸체가 잔잔한 연못에 그대로 비쳐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수면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담고 나무를 비춘다. 비단잉어가 노니는 연못과 춤과 음악이 펼쳐지는 데크, 마주 보이는 느티나무 숲이 한자리에 모이고, 이 모든 풍경에 열린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은 숲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 반대편 나무 그늘 아래 늘어선 원목 데크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면, 현대 건축과 수백 년 된 자연이 한 장면으로 포개진다.
그 수집을 위해, 대가들이 물러서다
승효상이 설계한 명정은 그 주문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두꺼운 외벽이 안을 가려, 밖에서는 무엇이 들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미로처럼 좁고 긴 벽을 따라 안으로 들수록 몰입이 깊어지다가, 이윽고 자연석을 쌓은 듯한 벽천과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물이 흘러내리는 벽을 지나면 붉은 벽이 정면에서 시선을 붙들고, 건물 자신은 땅속에 숨어 수목원의 배경이 된다. 명정에 들어서는 순간, 드넓은 자연에서 전혀 다른 세계로 옮겨온다. 건축이 자연 한가운데 찍어 둔 쉼표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설 때, 조금 전의 풍광이 한층 극적으로 다가온다.
이름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이라는 뜻이다. 출입문도 창도 없는 콘크리트 동굴은 오직 좁은 개구부로 스며드는 빛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명암을 드러낸다. 빛은 벽을 타고 흘러 바닥에 고이고, 오후가 되면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안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한 길은 점점 높아져 전쟁의 참상을 상징하는 붉은 철 조형에 닿고, 다른 길은 낮게 가라앉아 둥근 '생명의 알'에 이른다. 죽음을 향해 치솟는 길과 생명을 향해 내려앉는 길이 어둠 속에서 갈라졌다 다시 만난다. 높이를 달리하며 뚫린 개구부가 걸음마다 공간의 표정을 바꾸고, 조형물은 한 번의 프레임 안에서 기대를 끌어올린다. '아트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출이다.
공교롭게도 이 일대는 한국전쟁의 격전지였다. 먼 나라의 학살을 담으려던 공간이 또 다른 전쟁의 땅에 내려앉아, 죽음과 생명의 순환을 한 몸에 새긴 셈이다.
새를 위한 집, 언젠가 사라질 집
가장 사적인 마음
김익진은 해방 무렵 물려받은 재산을 소작농에게 나눠주고 청빈한 일생을 가톨릭에 바친 지식인이자, 중국 종교학자 우징숑의 책 『내심낙원』을 번역한 사람이었다. 경당은 바로 그 책에서 이름을 얻었다. 입방체의 단정한 전면에 과장된 듯한 삼각형 캐노피가 불쑥 튀어나와 묘한 조형을 이룬다. 종교 건축에 밝은 시자의 경험이 응축된 이 작은 성당은, 안에 들면 자연광이 빛의 농담을 만든다. 흰 벽 사이로 비스듬히 떨어지는 빛과 십자가 하나, 시간에 따라 기우는 빛이 신성하고도 영험한 분위기를 빚는다. 풍요로운 자연 한복판에서, 비로소 온전히 혼자가 되는 시간이다.
사유(私有)가 사유(思惟)가 될 때
그렇게 사유(私有)는 사유(思惟)가 되었다. 사람들은 5만 원이 넘는 금액과 반나절의 시간을 치르고 이 산골에 들어와, 평소 하지 않던 일을 한다. 한 사람이 평생 빚은 풍경 앞에 멈춰 서서, 자기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한 그루 나무를 살리려던 한 사람의 마음이 정원이 되어, 이제 낯선 이들을 불러 세우고 잠시 멈추게 한다. 무엇을 얼마나 모으느냐가 아니라, 모은 것을 끝내 어떻게 여느냐. 모두가 같은 곳을 같은 속도로 보는 시대에, 사유원이 던지는 이 질문은 더 먹먹하게 다가온다.
*장소 : 사유원·대구광역시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 1176 (사전 예약제)
*운영시간 : 화요일 ~ 일요일 09:00 ~ 18:00(월요일 휴관)
*입장료 : 평일 5만 원 / 주말 6만 9천 원
*운영시간 : 화요일 ~ 일요일 09:00 ~ 18:00(월요일 휴관)
*입장료 : 평일 5만 원 / 주말 6만 9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