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탁 변호사
윤주탁 변호사
자율주행 특허 소송 4년 만에 완성차 부품업체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특허 침해를 주장한 원고가 구체적 근거를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피고에게 과도한 기술 공개를 요구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확정됐다. 법무법인 세종이 구사한 ‘최소 공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4월2일 ‘주행편차 보정에 의한 차량의 조향각 데이터 생성장치 및 방법’ 특허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한 1심과 특허법원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여인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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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송은 자율주행 기술 특허를 보유한 M사가 완성차 부품 제조사 3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M사는 완성차 부품업체 H사가 생산하는 전방 카메라 모듈이 자사 특허의 조향각 산정 방식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완성차 부품업체를 대리한 세종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이기면서도 고객사의 핵심 기술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는 데 집중했다.

먼저 세종은 자율주행 부품 모듈의 조향각 제어 알고리즘을 정밀 분석해 비침해 결론을 도출했다. 소스코드 전체를 제출하는 대신 조향각 산정 과정의 핵심 단계와 계산식만을 법원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방어 논리를 세웠다. 동시에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해 영업비밀이 소송 과정에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차단했다.

특허 권리범위를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도 핵심 무기였다. 세종은 해당 특허가 구체적인 구현 방식 없이 기능만을 추상적으로 기재한 ‘기능식 청구항’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런 특허는 보호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특허 기술과 피고 제품의 조향각 산출 원리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수식과 도해로 설명했다.

원고 측은 피고가 공개한 조향각 산정 방식이 허위이며 실제로는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향각 계산에는 특허에 기재된 특정 물리량을 쓸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특허법 제126조의2가 규정한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의 기준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된다. 침해를 주장하는 쪽이 침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며, 침해를 부인하는 쪽은 그에 상응하는 수준에서만 기술 내용을 공개하면 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윤주탁 세종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기술 분석으로 비침해를 입증하는 동시에 영업비밀이 불필요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