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1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992년 이후 34년간 유지돼온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먼저 문신은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질병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봤다. 또한 성공적인 문신 시술에는 미적 지식과 기능, 경험이 요구될 뿐 의료인에 준하는 의학적 전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1992년 판단 이래 기술 발전과 환경 변화로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의료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문신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보건위생상 위해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신체를 통해 개성을 발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문신 시술을 받을지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했다.

이어 "문신은 더 이상 일부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이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피고인 박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며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두피문신 시술을 했고,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해 각각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두 사람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두 사건 1·2심은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처벌 대상이 돼왔으나, 실제 시술자 대부분이 비의료인인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는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을 통과시켰으며, 내년 10월 말 시행 예정이다.

다만 대법원은 "문신사법 등 시행 전이라도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예컨대 문신 시술자의 업무상 과실로 상해를 입히는 경우)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이나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