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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 판단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삼성전자 교섭 '판도라의 상자' 여나
현장에서
노조 성과급 요구 핵심은 '제도화'
"경영 의사결정 주체 되겠다는 뜻"
곽용희 경제부 기자
노조 성과급 요구 핵심은 '제도화'
"경영 의사결정 주체 되겠다는 뜻"
곽용희 경제부 기자
삼성전자는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는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는 12%를 중재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주장하는 동시에 ‘제도화’를 고집하고 있다. 경영진의 재량을 배제한 채 공식에 따라 성과급을 고정 배분하라는 요구다. 경제계는 이를 노조가 경영상 판단에까지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교섭 패러다임의 변곡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 배분이라는 이름 아래 영업이익 사용과 지급 방식까지 노조가 결정하려 든다면 사실상 노조가 경영 의사결정 주체가 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 카카오 노조도 성과급과 영업이익 연동을 요구하고 나서 논란은 산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은 “국내 제조업 임단협 성격이 ‘이익 공유형’ ‘경영 참가형’ 교섭으로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도 이런 노동계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노조법은 ‘근로 조건 결정’만 노동쟁의 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은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성과 배분 기준과 인공지능(AI) 도입 방식 같은 경영 의제가 교섭 대상, 더 나아가 쟁의 행위 대상으로 확대될 법적 통로가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자동화와 AI 도입으로 발생하는 성과에 관해서도 공정한 성과 공유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산별노조들은 올해 일제히 회사가 AI를 도입하면 노조에 사전 통보한 뒤 합의를 거치라고 요구하고 있다. AI 기반 인사 평가의 정당성을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고나왔다. 성과급 배분은 물론이고 인사 평가, 신기술 도입 등 경영 전반을 교섭 대상에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대화를 재개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대국민담화에서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가 반드시 성과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경제계는 삼성전자가 파업을 막기 위해 노조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성과급 제도화’를 받아들일 경우 ‘노조의 경영상 판단 개입’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어 교섭 과정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방파제가 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