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앞두고 18일 최후 담판에 나선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모습.  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앞두고 18일 최후 담판에 나선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모습. 뉴스1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과 ‘대타협’의 최종 갈림길에 섰다. 18일로 예정된 정부 주재 사후 조정은 총파업 현실화 여부를 가를 마지막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라인 가동 차질에 따른 직간접적 손실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호소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 카드가 맞물리며 노사 양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성과급 제도화 해법 논의

과거 4번의 긴급조정, 파업 후 발동…이번엔 공장 멈추기 전 꺼내나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하루 앞둔 17일 비공식 접촉에서 성과급 재원 산정 기준과 제도화를 두고 재차 충돌했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한 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서면 영업이익의 9~10%를 별도 재원으로 활용해 전체 부문 60% 대 사업부별 40%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내용을 3년간 지속한 뒤 재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사측이 기존에 제시한 방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초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는 특별 포상으로 지급하는 ‘유연한 제도화’ 방안을 내놨다.

노조는 이에 대해 지난 12일 중노위 사후조정에서 거론된 중재안인 ‘영업이익의 12%를 특별포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안보다 후퇴했다고 반발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동일한 자세라면 18일 사후조정에서도 합의하지 않겠다”고 강경 태도를 고수했다.

초기업노조 집행부 내부 대화방에서 이송이 삼성전자 노조 부위원장이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반도체 임직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6억원에 이른다. 노조는 이를 명확한 산식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적자 사업부도 성과급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제도화 문제를 노사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지에 교섭 성패가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 환경에 맞게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사측과 규칙 명문화를 요구하는 노조가 절충점을 찾을지에 따라 총파업 현실화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화에 대한 시각은 노동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성과급을 제도화하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며 “기업이 장기적으로 버틸 수 있는 범위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성과급을 둘러싼 반복적인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룰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기가 관건

노사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이 결렬되고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수출 감소와 협력업체 고용 악화 등 국민 경제에 미칠 충격을 경고하며 “긴급조정권을 포함해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고용노동부도 긴급조정권 발동 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긴급조정권 발동 시기의 명확한 규정은 없다. 정부는 위법 논란을 피하면서도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적정 시점을 고심 중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 발동된 긴급조정권은 모두 파업 발생 후 3~78일이 지나 행사됐다.

노동계에서 반도체 라인 가동 차질 등에 따른 피해가 가시화하면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한 달간 법적으로 파업이 금지되며 중노위의 강제 조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각에선 파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발동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파업 무산 이후 노동계 전체가 정부와의 전면전에 나서는 강 대 강 대치 시나리오로 확산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 간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갈등을 증폭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채연/강해령/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