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글로벌 군비 경쟁이 가속화하고, ‘K-무기’가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으면서 국내 로펌들이 ‘방산팀’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과거엔 사후 분쟁과 국내 자문이 많았다. 최근 들어선 수출 자문을 넘어 현지 공장 건설·기술이전·공급망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법률 서비스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방산은 로펌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로 떠올랐다.
K방산 질주에 로펌도 달린다…불붙은 '별' 모시기 경쟁

◇사후 분쟁 대응에서 사전 컨설팅으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펌 방산팀의 업무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엔 지체상금 분쟁이나 입찰 자격제한 취소 소송 등 사후 처리가 주를 이뤘지만, 2020년대 들어 K방산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국제계약 검토, 현지 규제 대응, 절충교역 협상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사전 컨설팅 수요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국내 방산 수출액은 2024년 95억달러에서 지난해 240억달러로 급증했고, 올해는 27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열기는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법무법인 세종이 최근 개최한 ‘제1회 광화문 방산 포럼’엔 군, 방위사업청, 방산업체 관계자 8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오종한 세종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는 “방산이 ‘제2의 반도체’로 불릴 만큼 호황”이라며 “완성 방산업체뿐 아니라 협력업체들까지 바빠지고, 인수합병(M&A) 자문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로펌 방산팀이 제공하는 자문의 범위와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방산 수출 과정에서 해외 정부가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등 절충교역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폴란드 방산기업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K 방산을 들여오는 국가가 자국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대관·입법팀과의 협력, 정책 컨설팅 능력도 강조되고 있다. 완성 방산업체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부품·소재·기술사들의 자문 수요가 따라오고, 국제 입찰 과정의 특허 리스크를 사전에 최소화하는 것도 로펌의 몫이 됐다.

◇전직 장성·방사청 출신 영입 전쟁

대형 로펌들은 방사청 출신이나 전직 장성 등 ‘별들의 영입 전쟁’을 벌이며 대응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김정수 전 해군참모총장, 이창희 전 국방기술품질원장, 강중희 전 방사청 항공기사업부장(준장)을 잇달아 고문으로 영입한 세종이 대표적이다. 35명 규모의 세종 방산·국방팀은 초대 공군 검찰단장 출신 김영훈 변호사(37기)가 이끌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해상풍력 군작전성 검토 등 새 영역으로 자문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은 최근 대륙아주에 합류했으며, 윤대해 변호사(군법무관 13기)가 방산·우주항공팀을 이끌고 있다.

지평은 3분기 내 방사청 출신 전문가 영입을 계획 중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사무소를 통해 동유럽 네트워크를 갖춘 지평의 글로벌방산안보팀(20여명)은 강재영(37기)·정철(31기)·박효민(41기) 변호사가 주축이다.

방산업체 근무 경험자도 ‘모셔오기’ 대상이다. 화우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출신 이인희(군법 18기)와 현대로템 출신 김민규(41기) 변호사가, 바른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출신 하성용 고문과 한화오션 출신 이채준 변호사(32기)가 포진해 있다.

◇굵직한 수출 자문 실적으로 승부

업계 최대 규모인 40여명의 방위산업팀을 보유한 김앤장은 방사청 출신인 이상진(군법 11기)·최규희(군법 15기)·고건영(군법 18기)·박형기(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를 필두로 국제소송 전문가 임병우(28기)·방산 산업 전문가 박완빈(35기) 변호사 등을 갖췄다.

율촌 방산우주항공전략센터는 손도일(25기)·정원(30기) 변호사 외에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해일 전 국방대 총장, 윤오준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 화려한 고문 풀을 자랑한다.

태평양 방위산업·공공계약팀은 LIG넥스원의 4조3000억원 규모 천궁-II 사우디아라비아 수출계약, K-9 자주포 핀란드·에스토니아 수출계약 등 굵직한 자문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설광윤·최다미(이상 군법 15기) 변호사가 주축이다.

최근 미국 전쟁부는 방산물자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광장 방위산업팀은 미국 전쟁부 납품에 필수적인 CMMC(사이버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 컨설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방사청 출신 김혁중 변호사(군법 9기)와 강은호 고문이 핵심이다. 국내 1호 CMMC CCA 자격 취득자인 이상열 전문위원이 속한 김앤장도 CMMC 컨설팅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