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면 성과급 못 줘"…회사 '초강수'에 법원 나섰다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파업에 최소근무 조건 걸었다가 '철퇴'
잦은 파업에 성과급 지급 조건
"최소 11개월 근무" 내건 회사
육아휴직 등은 근무 쳐줬지만
쟁의행위는 제외...조합원들 못받아
노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법원 "성과급 기준 회사 재량이지만
...설정 기준 부당하면 위법" 노조 손
"근무일 비례지급 등 차선책 고려해야"
잦은 파업에 성과급 지급 조건
"최소 11개월 근무" 내건 회사
육아휴직 등은 근무 쳐줬지만
쟁의행위는 제외...조합원들 못받아
노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법원 "성과급 기준 회사 재량이지만
...설정 기준 부당하면 위법" 노조 손
"근무일 비례지급 등 차선책 고려해야"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최근 수입 양주 도매업 A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잦은 파업에 "최소 11개월 일해야 성과급 준다" 회사
A사는 노동조합과 2017년부터 8년 넘게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양측은 민사 가처분과 형사 고소,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주고받으며 대립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전면 파업과 간헐적인 쟁의행위를 벌였다.
그러던 2022년 회사가 '2023 회계연도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회사는 '연간 근무일 기준 225일(약 11개월) 이상 근무'를 지급 요건으로 내걸었다. 다만 유급휴가와 출산휴가는 근무일에 포함한 반면, '쟁의행위' 기간은 근무일에서 빠졌다. 결국 회사가 2023년 11월 1인당 760만 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노조는 그밖에 회사가 자신들이 설치한 임시 텐트 바로 옆에 보안요원을 배치한 일과, 대표이사가 행사장에서 "11개월 만근하지 않으면 경영성과급 지급하지 않겠다"라고 발언했다는 주장 등을 근거로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하자 회사가 불복하면서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법원 "성과급 재량 있지만...비례지급 등 고려했어야" 노조 손
법원은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봤다.
회사는 "경영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므로 지급 기준 설정에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의 성질이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지급요건이 부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가 쟁의행위 참가자들의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일수에 비례하여 경영성과급을 삭감하는 방법 등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쟁의행위 기간을 전부 근무일수에서 배제한 것은 정당한 재량권 행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특히 회사가 설정한 '225일 근무' 조건은 쟁의행위 허용 기간을 사실상 1개월 이내로 묶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정당한 쟁의행위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이 조치 이후 노조에서 탈퇴하는 조합원이 생긴 점 등을 들어 "장래 쟁의행위에 대한 중대한 위축효과가 예상된다"고 지적하며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반면 텐트 옆 보안요원 배치에 대해서는 "외부인 출입 통제와 시설 관리 등을 위하여 보안요원을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고 봤다. 대표이사의 발언 역시 원론적인 기준 설명에 불과해 쟁의행위 참여를 방해하려는 "(노조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의 의사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노동위 판단을 뒤집고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경영성과급이 임금이 아니더라도 그 지급 요건 설계가 쟁의권을 봉쇄하는 효과를 낸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는 취지"라며 "11개월 근무 조건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설정된 조건이라면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게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그러한 조건을 설정하였기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법원이 '비례 삭감' 같은 대안을 제시한 것은 실무상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