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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에 현금 30억 꽉 채웠다'…개미 등친 방송인 남편·축구선수
"코스닥 상장사 거래량 400배 폭증"
'작전' 선수·증권사 간부·전직 축구선수까지 얽혀
차명계좌로 코스닥 시세조종
시세 1900원→7000원 띄우려다 덜미
통정매매·허위호재로 14억 챙겨
검찰, 총책 3명 구속기소
경찰 상대 사건 무마 청탁·금품 제공 의혹도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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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로 코스닥 시세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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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정매매·허위호재로 14억 챙겨
검찰, 총책 3명 구속기소
경찰 상대 사건 무마 청탁·금품 제공 의혹도 수사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8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 10명을 인지해 총책급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가담한 공범 6명을 불구속·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증권사 부장이 매도 타이밍 설정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차명 증권계좌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을 289억원 이상 사고팔며 주가를 상승시켜 최소 1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증권사 부장 B씨를 '선수'로 두고, 재력가 C씨와 이른바 '쩐주' D씨, 또 다른 시세조종 선수 E씨 등을 끌어들여 조직적으로 범행을 설계했다.
이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통 물량이 적어 시세조종이 쉽다는 점에 주목해 범행 대상을 골랐다. 특히 A씨는 2대 주주 보유 주식의 매수 권한, 이른바 '모찌'를 확보해 유통 물량을 통제한 뒤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C씨와 D씨는 시세조종에 사용할 현금 30억원과 차명계좌, 대포폰 등을 준비해 B씨가 근무하던 증권사 사무실로 전달했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는 현금 다발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들고 증권사 사무실로 들어가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통정매매 265회, 고가매수 주문 1339회 등을 반복하며 시세조종 주문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 규모는 약 289억원, 매매 물량은 약 844만주에 달했다.
주가는 단기간 급등했다. 전일 종가 기준 1926원이던 해당 종목은 장중 최고 4105원까지 치솟았고, 검찰은 이들이 최종적으로 7000원 이상까지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명으로 매수한 주식을 처분해 수익을 나눠 가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거래량도 한때 평소 대비 최대 400배까지 폭증했다.
범행 과정에서는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이른바 '펄붙이기'도 동원됐다. C씨 측은 인맥을 활용해 호재성 소문을 유포했고, 주가 흐름이 흔들리자 전직 축구선수 출신 F씨까지 새로 영입해 추가 매수세 유입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확보한 공범 간 통화 녹취에는 "투자경고 지정 일자가 2월 4일이니 그때까지 4070원을 넘으면 안된다", "주식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걷는 모양새" 등 치밀한 사전 계획에 대한 대화도 담겼다.
'뇌물' 경찰 수사·부당이득 반환 숙제
검찰은 시세조종 수사 과정에서 재력가 C씨가 현직 경찰관들에게 가족 사건 및 공범 관련 사건 무마를 청탁하며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뇌물공여 혐의 일부를 이번에 함께 기소했으며, 나머지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서울 남부지검은 올해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와 연계해 주가조작에 사용된 원금 30억원 등 불법자산을 동결해 환수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도입된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가 실제 수사로 이어진 첫 사례다. 검찰은 자수자가 대검찰청에 제출한 리니언시 신청을 단서로 수사에 착수해 약 3개월 만에 범행 구조와 자금 흐름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시세조종 범죄는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대표적 서민다중피해 범죄"라며 "범죄수익은 물론 시세조종에 사용된 '원금'까지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