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디올백이 폭리면 피카소도 폭리냐"
이윤 얼마 남겨야 적정한가
어느 정도부터 폭리인가
명품부터 라면·휘발유까지
정답 말하기 어려운 문제
누르기에 익숙한 물가 관리
이젠 다른 접근법 쓸 때
임현우 디지털라이브부 차장
어느 정도부터 폭리인가
명품부터 라면·휘발유까지
정답 말하기 어려운 문제
누르기에 익숙한 물가 관리
이젠 다른 접근법 쓸 때
임현우 디지털라이브부 차장
루이비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치켜세웠다. 다른 나라는 다 죽을 쑤는 와중에 한국은 꿋꿋하게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곳간지기로서는 특별히 고마울 만하다.
“미술품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붓칠하는 행위에는 돈이 들지 않죠? 그러면 100만달러가 넘는 피카소 그림도 폭리라고 비판하실 건가요?” 예술 작품 경매와의 비교가 적절한가 싶어 갸웃하는 사이에 이런 답이 이어졌다.
“박한 마진으로는 완벽함을 추구할 수 없습니다. 우린 공들여 완성한 만큼 가격을 붙여 시장에 내놓고, 그 가치를 알아볼 소비자를 기다릴 뿐입니다.” 틀린 말도 아니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원가에 비해 얼마의 이윤을 남기면 적정한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폭리인가. 럭셔리뿐만 아니라 어느 시장에서든 자주 벌어지는 논쟁거리다. 최근 밀가루, 설탕, 과자, 라면, 휘발유, 페인트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가격 인상 논란’을 보면서 그의 워딩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물론 명품과 생활필수품, 산업재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 다만 “적정한 이윤은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해외 기업과 “정부 기조에 부응하겠다”고 납작 엎드리는 우리 기업들 모습은 너무나 대비되는 면이 있다.
기업도 선을 지킬 줄 알아야 하고, 정부는 물가를 잘 관리해야 한다. 이런 목표를 유도할 수 있는 정공법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게 하는 것. 하지만 우리는 권위로 제압하는 단기 처방에 익숙했던 것이 현실이다. “기름값이 묘하다” “라면값은 왜 안 내리나” 같은 압박은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애용해온 방식이다. 문제는 소나기를 잠시 피하는 방법을 잘 알게 된 기업도 늘었다는 점이다. 주력 상품은 빼고 ‘잔잔바리’ 제품 가격만 내려서 성의 표시를 하고, 누적된 원가 부담은 선거 이후 한 방에 털어내는 식의 잔기술에 익숙해졌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이런 안이함이 쌓여 담합이라는 고약한 혐의까지 가게 된 건 혹시 아니었을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싸게 판다고 항상 칭찬받는 것도 아니었다. 은행들은 당국의 필요에 따라 시중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당당하게 올릴 수 있다. 5000원짜리 통닭을 내놨다가 골목상권 망친다고 혼쭐난 대형마트도 있었다.
2년 전쯤 뉴스를 읽다가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적이 있다. “디올 매장에서 2600유로에 파는 가방의 생산 원가가 알고 보니 53유로로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졌다. 하청업체에서 노동 착취가 벌어졌다는 논란에 소셜미디어에서 불매운동이 일기도 했다. 흠집 나버린 평판은 회계장부 숫자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해외 명품 가운데 한국 실적이 뒷걸음질한 몇 안 되는 브랜드에 디올이 포함돼 있다. 매출은 18.1% 줄었고 영업이익은 거의 반 토막이 됐다. 도를 넘어선 폭리는 자연스럽게 제압된 셈이다. 디올 옛 CEO 지론 그대로 소비자는 냉정하고 시장은 꽤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