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도 없는데 8000만원 더 깎아달래요"…집주인 '한숨'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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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매도' 두고 고민 깊어져"
"실수요자, 오히려 협상력 높아져"
"실수요자, 오히려 협상력 높아져"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다주택자 장모씨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에 나서자 거주하지 않는 집 1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기존에는 17억8000만원에 내놨다가 매수자가 없자 가격을 16억8000만원으로 1억원 낮췄습니다.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자 매수자가 나타났지만, 계약은 쉽지 않았습니다. 매수자가 8000만원을 더 낮춰 "16억원에 팔아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파는 것이긴 하지만 예상가격보다 2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니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정리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집을 정리하려는 집주인과 집을 매수하려는 실수요자의 입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25개구와 경기 12곳의 다주택자는 이달 중순까지는 토지거래허가신청을 끝내야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평일만 놓고 보면 최장 15일이 걸리는 심사를 통과해야 본계약을 진행할 수 있어서입니다. 만약 자료를 보완하는 등의 절차가 추가되면 1개월의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현재는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완료하고 계약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5월 9일까지 (토지거래) 허가 신청을 한 경우까지는 (중과 미적용을) 허용하는 게 어떻겠나 싶다"고 발언해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고된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아직 결정하지 못한 집주인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앞선 사례에서 장씨처럼 향후 계획을 정해놓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마포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당장 정리해야 하는 집주인 입장에선 서두르는 게 맞다"며 "뒤늦게 매도를 결정한 집주인 가운데서는 (매도하는데) 조급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부 집주인은 이미 매도를 마쳤거나 증여를 마친 경우도 많습니다. 대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 증여 건수(등기 기준, 2일 집계 기준)는 총 1345건으로 2022년 12월(2384건)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다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연령대별로는 지난달 70대 이상이 631건으로 최다였습니다. 전월(390건) 대비 62% 증가했습니다. 이어 60대 460건, 50대 248건 순이며 40대의 증여는 78건으로 전월(42건) 대비 증가 폭이 85.7%로 가장 컸습니다. 증여받은 수증인은 30대가 41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385건), 50대(270건), 20대(228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초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문재인 전 정부부터 세금에 대한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집을 여러 가구 가지고 있던 집주인 가운데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경우에는 매도 혹은 증여 등으로 이미 손을 써둔 상황"이라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특히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심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가시화하면서 잠깐일지 몰라도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성동구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당장 집을 정리해야 하는 일부 집주인들 가운데서는 웬만하면 매수자가 부르는 가격을 맞춰주겠다는 경우도 있다"면서 "매수자의 협상력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런 상황은 통계에서도 나타납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30일) 기준 강남 3구가 포함된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97.6으로 기준선인 100을 벌써 5주 연속 밑돌았습니다.
이 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은 수록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이 더 않다는 뜻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동남권에서 매물이 쏟아지지만 이를 받아줄 실수요자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이 있는 동북권 매매수급지수는 같은 기간 103.6을 기록해 전주(103)보다 지수가 소폭 올랐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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