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신현대 전용면적 108㎡ 호가가 최근 5억원가량 하락했습니다. 다주택자 매물이 확실히 늘었어요. 70억원 가까이에 거래됐던 물건이 최근에는 62억~63억원에 나오고 있습니다.”(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대출 규제 강화 방침을 잇달아 밝히면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이 약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성동·동작구 등 ‘한강 벨트’와 경기권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아파트 매물도 급증하는 추세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5월 9일까지 집값이 조정 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 2년 만에 하락 전환한 강남 집값

102주만에 깨진 '강남불패'…압구정·반포 호가 10억 넘게 '뚝'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값은 2년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번주 강남구가 0.06% 떨어졌고, 송파구(-0.03%) 서초구(-0.02%) 용산구(-0.01%)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강남구 집값은 2023년 11월 셋째 주부터 2024년 3월 둘째 주(-0.01%)까지 17주간 하락기를 겪었다. 이후 보합과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102주 만에 다시 하락한 것이다.

강남권과 한강 벨트 지역에서는 전고점보다 낮은 가격에 손바뀜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아이파크’ 전용 109㎡는 지난달 말 30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이전 최고가(35억원)보다 5억원 내렸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전용 84㎡는 최근 전고점(지난해 11월 56억5000만원) 대비 6억원 낮은 50억5000만원에 가계약됐다.

호가도 하락하는 추세다. 압구정동 신현대 전용 183㎡ 호가는 최근 90억원대 초반까지 내렸다. 집주인이 호가를 지난달 실거래가(110억원)보다 20억원가량 낮췄지만 ‘눈치 보기’ 장세에 거래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매물이 말 그대로 쏟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형 면적은 호가가 10억원 이상 떨어진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매물 증가하는 경기권 규제지역

경기 성남 분당구, 안양 동안구, 과천 등 규제지역에서도 매물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등에 대한 세금·대출 압박을 이어가자 ‘절세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성남 분당구 아파트 매물은 3265가구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2002가구)보다 63.0%(1263가구) 급증했다.

안양 동안구도 매물이 급증하는 지역이다. 동안구 매물은 지난달 23일 1830가구에서 이날 2839가구로 55.1% 증가했다. 지난주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과천은 같은 기간 341가구에서 475가구로 39.2% 늘었다. 서울에서는 성동구(1212가구→1966가구·62.2%), 동작구(1249가구→1816가구·45.3%) 등 한강 벨트 매물이 크게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매물 누적으로 집값이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기 전 매매 계약을 맺으려는 다주택자 움직임이 활발해 3~4월 추가적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주일 전보다 0.08% 올랐다. 56주 연속 상승세다.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 물건 부족으로 올해 들어서만 0.96% 뛰었다.

안정락/오유림/손주형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