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물건이 오가는 곳엔 돈이 모이고, 돈이 있는 곳에서 예술이 태어난다. 16세기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네치아가, 19세기 말에는 프랑스 파리가 그런 장소였다. 현대미술의 패권이 미국 뉴욕으로 넘어간 것도 같은 이치다.
그 무게중심이 다시 중동으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동 각국이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를 투자해 미래 먹거리로 문화·예술을 육성하고 있어서다.
중동 국가들의 ‘문화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건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와 카타르의 도하. 아부다비는 다른 나라의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입한다. 1조원 넘는 예산을 쏟아부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분관 ‘루브르 아부다비’, 일본 디지털 아트 그룹 팀랩의 작품을 전시하는 1만7000㎡ 규모의 세계 최대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장 ‘팀랩 페노메나’가 대표적 사례다. 올해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의 분관인 ‘구겐하임 아부다비’가 문을 연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가인 카타르는 중동 자연·문화와 현대적 예술의 결합을 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건축 거장 이오밍 페이가 안팎을 설계한 ‘이슬람예술박물관’(MIA), ‘사막의 장미’라고 불리는 사막 광물을 모티브로 설계한 장 누벨의 카타르국립박물관 건축이 단적인 예다. 후발 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수년 전부터 천문학적 자금을 미술관 건축 및 공공미술 작품 설치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집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유산이 무기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GEM)은 연면적 49만㎡로 규모가 축구장 70개와 맞먹는다. 미국 CBS가 “24시간 잠을 안 자고 봐도 다 둘러보는 데 70일이 걸린다”고 평했을 정도다. 이 박물관에는 하루평균 2만 명 가까운 관객이 방문한다.
그 덕분에 중동에는 미술시장 장기 불황의 돌파구를 찾는 글로벌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소더비는 지난해 2월 사우디에서 첫 경매를 했다. 올해는 글로벌 양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카타르에, 프리즈가 UAE에 진출했다.
성수영 기자는 한국경제신문에서 미술과 문화재 분야를 취재합니다. 미술관·갤러리 전시 리뷰부터 경매와 아트페어 등 미술시장 분석, 작가·기획자 인터뷰까지 미술 분야 전반을 주로 다룹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서양미술사 속 화가들의 삶과 명화 탄생의 뒷이야기를 조명하는 연재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을 쓰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누적 조회수 6000만 회를 넘겼고,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자는 8만여 명으로 국내 문화 분야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회부와 경제부를 거쳐 문화부에서 미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쓰는 기사는 신문 지면과 한경닷컴, 문화예술 매거진 아르떼, 포털 아르떼, 네이버 등 포털에 업로드됩니다.
연재를 묶은 저서 '명화 시리즈' 4부작을 펴냈고, <명화의 발견>은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됐습니다. '벌거벗은 세계사' '언더스탠딩' 등 방송 및 유튜브에도 때때로 출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