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C레벨 노트
2025년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2차 상법 개정안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2025년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2차 상법 개정안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지난 11월 국회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는 제3차 상법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법안은 기업이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며, 기존 보유 자기주식에 대해서도 1년 6개월 내 처분 또는 소각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기주식이 회사 자산이 아닌 자본의 성격임을 분명히 해 교환사채 또는 상환사채, 질권의 대상으로 제공할 수도 없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자기주식 거래의 본질을 자산거래가 아닌 자본거래로 보고 자기주식 처분으로 인한 손익이 익금 또는 손금에 산입되지 않도록 명시하는 등 세법상 취급을 변경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자기주식 보유와 활용을 제한하는 개정 법안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임의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기존 주주에게 저가에 신주를 발행해 공격자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포이즌 필(Poison Pill)’이나 1주당 복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Dual Class)’ 등 외국의 입법례에 존재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허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개정 법안은 사실상 거의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리더스인덱스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2265개 상장회사 중 자기주식을 보유한 곳은 1666개이며, 기업 전체 평균 자기주식 비중은 3.3%다. 다만, 50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자기주식 보유 비중은 평균 4.7%고, 특히 지주회사의 자기주식 보유 비중이 높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EB를 발행해 제3자 처분 등으로 자기주식을 처리하려는 상장회사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많은 상장회사가 자사주를 자산으로 취급·관리해온 상황에서 개정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신규 취득 또는 기본 보유 자기주식의 처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 예외적인 보유와 처분은

개정 법안의 핵심은 신규 취득뿐 아니라 기존 보유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는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원칙적으로 취득일로부터 1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

상장회사가 신탁계약을 통해 간접 취득한 경우에도 신탁업자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날을 상장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날로 보고, 신탁계약 존속 기간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없어 직접 취득한 경우와 같은 의무가 적용된다.

법 시행 전부터 보유 중인 자기주식의 경우에도 소각 의무가 적용되는데, 직접 취득 보유분의 경우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이 경과한 날, 간접 취득 보유분의 경우 회사가 수탁자로부터 반환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자기주식을 소각해야 한다. 다만, 기존 보유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12월 15일 중소기업 입법과제 타운홀미팅에서 여당이 시행일로부터 최대 2년으로 연장할 것을 시사해 최종 내용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회사는 법에서 정하는 일정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자기주식 보유 처분 계획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처분할 수 있다.

자기주식 처분 계획과 이사의 의무

회사는 자기주식 보유 처분 계획을 매년 주주총회에서 보통 결의로 승인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보유 처분 계획을 승인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새로운 처분 계획이 발생할 경우 다시 주총을 개최해야 한다. 현재 상장회사는 이사회 결의로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있어 처분결의 이사회 익일에 처분을 하는 경우도 존재하는데,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갑작스러운 자기주식 처분은 불가하다.

자기주식 처분 계획에는 보유 또는 처분 목적, 그 대상이 되는 자기주식의 종류와 수 및 취득 방법, 예정된 보유 기간, 예정된 처분 시기 등 일정한 사항을 기재해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승인되고 공개된 처분 계획의 세부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어떠한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 재승인이 필요한 것인지도 향후 문제될 수 있는 사항이다.

자기주식 처분 계획에는 이사 전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요구되는데, 자기주식 처리에 관한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개정상법상 강화된 이사의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이사들은 자기주식 처리가 일부 주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개정 법안은 이사들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요구하고,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개별 이사의 독자적 판단뿐 아니라 이사회에서 심의·토의도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에서 핵심 절차라고 할 것이므로, 명확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주식을 예외적으로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는 사유는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임직원 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우리사주제도 실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 구조 개편 과정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활용하는 경우, 회사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등 정관에 사유를 정한 경우다.

특히 제3자에 대한 처분 사유로 신주 발행 시 제3자 발행 사유에 대한 규정을 차용해 정하고 있으며, 신주 발행에 관한 다수 조항을 준용하도록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법원은 자기주식 처분에 신주 발행에 관한 제3자 배정에 관한 상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단해왔는데, 이에 대해 입법적 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부분의 상장회사는 신주 발행 시 제3자 배정 규정에 준하는 규정을 자기주식 처분에 대해서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3자 배정에 관해서는 신주 발행에 관한 판결과 선례들이 우선은 지침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 정해진 예외 사유의 경우 실행 과정에서 다양한 의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처분 주식의 종류와 수, 처분가액, 처분 상대방 및 방법 등 자기주식 처분에 대한 구체적 사항의 결정은 신주 발행 사항 결정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정관 또는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하고 있다. 제3자 배정의 경우 정관상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도 동일하다. 다만, 신주 발행의 경우와 달리 이사 전원이 작성한 자기주식 처분 계획에 대해 사전에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신주 발행에 비해 주주 의사는 보다 충실하게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소각 의무를 위반하거나 처분 계획에 위반해 자기주식을 보유하거나 처분한 경우, 이사에 대해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과태료 부담 이전에 이사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 상법에 위반한 거래의 효력에 대한 문제로 개정 법안은 강력한 효과를 지닐 것이다.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통과되면 상장회사들은 정관 개정, 자기주식 처분 계획 수립 등을 분주히 준비할 것이다. 다만, 이와 더불어 회사가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적대적 기업 인수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김혜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