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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축산·와인 산지 실핏줄 연결…신선한 재료가 완성한 '맛'
Cover Story
1. 반경 24㎞ 내에서 확보한 재료로 만든 ‘美 정통 가정식’
이곳의 수석양조가인 타일러 웨이는 “보통 로컬 맥주는 그 지역에서 양조했다는 뜻이고 재료까지 지역에서 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루스탈러농장은 재료까지 이 땅에서 난 것을 쓴다”고 강조했다. 맥주의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과 맥아(몰트), 홉, 효모 네 가지다. 루스탈러농장은 홉뿐만 아니라 맥아도 수㎞ 이내 우드랜드나 데이비스 지역에서 조달한다.
엄격한 규칙이나 정해진 동선은 이곳에 없다. 방문객은 맥주 한 잔을 들고 과수원 사이를 자유롭게 거닐고 오래된 트랙터와 홉 수확기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2. 특산물 라즈베리·호두, 초콜릿과 달콤한 만남
엘리자베스가 자기 삶의 궤적을 설명하는 동안 첫 번째 디저트가 준비됐다. 에콰도르 아마존산 카카오가 75% 함유된 프랑스식 전통 초콜릿 팔레도르다. 순수한 가나슈로 만들어진 것과 라즈베리가 들어간 것이 한 점씩 올려졌다. 엘리자베스는 “매년 인근 새턴농장 길거리에 차를 대고 마약 거래를 하듯 라즈베리를 가져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곧이어 호두를 넣은 초콜릿이 테이블에 올랐다. 엄지손톱만 한 크기의 이 초콜릿에는 다양한 요리 기술이 집대성됐다. 호두를 넣은 스코틀랜드 전통 비스킷 쇼트브레드를 먼저 굽고, 볶은 호두를 캐러멜화한 설탕으로 감싼 프랄린을 준비한다. 이 둘을 섞어 간 뒤 초콜릿과 코코아 버터로 감싸 굳히면 완성이다. 엘리자베스는 “지역에 넘쳐나는 호두를 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3. 농장 풍경을 벗삼아…갓 딴 홉으로 빚은 맥주로 ‘건배’
멀베니스B&L의 요리는 화려한 기교보다는 재료의 본질에 집중하는 미국 가정식을 추구한다. 가정식 샐러드, 훈제 연어와 아이리시 브레드, 치미추리(아르헨티나식 소스)를 곁들인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등이다. 평범한 메뉴에 ‘차별화’ 한 스푼을 더할 수 있는 것은 원산지 덕분이다.
뉴욕 출신 멀베니가 1991년 새크라멘토에 정착한 이유는 단순했다. 농산물의 풍요로움 때문이었다. 그는 “새크라멘토는 1년 내내 무언가 수확되는 축복받은 땅”이라며 이 도시를 ‘미국 팜 투 포크 수도’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새크라멘토의 명물 ‘타워브리지 디너’ 역시 그의 기획과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멀베니의 주방은 반경 24㎞ 내에서 식재료를 확보한다는 보이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 요리는 현지 재배 계절에 맞춰 매일 바꾼다.
4. 테이블은 단 4개…작은 식당서 맛보는 ‘카프레제 샌드위치’
세카힐스의 농부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요차 데헤 부족이다. 이들은 2011년 처음으로 올리브를 수확했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짐 에터스 토지관리이사는 “처음에는 밀, 해바라기를 재배하며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했는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토지를 확장했다”고 회상했다. 지금도 요차 데헤 부족은 101㎢ 규모 과수원을 묵묵히 일군다. “땅을 돌보면 땅이 당신을 돌본다”는 부족의 오래된 믿음을 가슴에 품은 채.
새크라멘토=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