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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견련의 이상한 정년연장 통계
기업 경영진 아닌 근로자 대상 조사
일부 "정년 폐지 찬성" 엉뚱한 결과
은정진 중소기업부 기자
일부 "정년 폐지 찬성" 엉뚱한 결과
은정진 중소기업부 기자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의 첫 대목이었다. 중견기업에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고령자 계속 고용 방식’을 물어 얻은 응답 비율을 집계한 자료였다.
가장 많은 기업이 ‘퇴직 후 재고용’을 원한다는 건 다른 설문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다만 정년 연장을 택한 비율이 33.1%라는 대목에서 고개가 갸우뚱했다. 경영자 입장에서 인건비가 급증하는데 10명 중 3명 이상이 조건 없는 정년 연장을 선호한다고 답한 건 의외여서다. 가장 납득이 가지 않은 부분은 응답자 4.7%가 정년 폐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상과 다른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도자료 뒷부분에는 퇴직 후 계속 고용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물어본 설문 결과가 정리돼 있었다. 퇴직 후 재고용 시 임금은 많아야 정년 시점 임금 대비 80~90%로 알려져 있다. 퇴직 후 재고용이 일반화된 일본에서도 기존 임금의 평균 60%를 지급한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가장 많은 기업(31.4%)이 퇴직 후 재고용 임금으로 정년 시점보다 많은 ‘100% 이상’을 준다고 답했다.
설문 결과가 의아해 중견련에 문의했다. 우선 ‘각 기업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나 인사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었냐’고 물었다. 설문을 진행한 담당자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중견기업 대상으로 설문하면 보통 임원이나 대표까지 올라가지 않는다”며 “인사팀 또는 해당 업무를 맡는 직원이 답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응답자를 중견기업 경영진이 아니라 근로자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답변했다. 기업 대표나 담당 임원이 아니라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란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중견기업의 5%가량이 정년 폐지를 찬성하고 31% 이상이 퇴직 후 재고용 임금을 정년 당시 임금보다 더 준다고 답한 결과가 나온 이유였다.
그런데도 중견련은 이번 설문을 각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을 상대로 실시한 것처럼 포장했다. 보도자료 제목도 ‘퇴직 후 재고용을 공통 해법으로 보는 중견기업계’였다. 퇴직 후 재고용이 중견기업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점을 알리고 싶은 중견련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문조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 목표를 빨리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신뢰성을 등한시한 것이다. ‘소탐대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