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10분 기립박수…‘지휘계 슈퍼스타’ 두다멜, 관객 2000명을 일으켜 세우다
LA 필하모닉 내한 공연 리뷰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마지막 시즌…내년 뉴욕행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담겨
단단한 응집력, 광활한 에너지
말러의 환희 호소력 있게 표현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
마지막 시즌…내년 뉴욕행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담겨
단단한 응집력, 광활한 에너지
말러의 환희 호소력 있게 표현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두다멜과 LA 필하모닉의 마지막 내한 공연. 두다멜이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가 열광하는 ‘지휘계 슈퍼스타’란 건 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보통 공연이 끝나고서야 들릴 법한 감탄과 환호성이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날 LA 필하모닉이 선보인 작품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었다. 말러가 평생 천착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은 교향곡이다. 전곡 연주에만 90분 가까이 소요되며, 오케스트라에 혼성 합창과 성악 솔로 등이 결합된 대작(大作)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자신의 해석에 따라 전진해야 할 때와 숨을 골라야 할 때를 정확히 구분해서 표현했고, 조금의 과장도 허용하지 않았다. 악단은 빈틈없는 호흡과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단단한 응집력으로 지휘자 손짓에 내내 긴밀하게 반응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두다멜은 2악장에 들어서자 음향의 밀도를 높이기보단 오히려 투명하면서도 순수한 음색을 불러내는 데 집중했는데, 이는 1악장과의 대조는 물론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한 말러의 의도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행복의 허상 등을 풍자한 가곡을 바탕으로 작곡된 3악장에선 왈츠의 리듬을 시종 예민하게 다듬었다. 작품 본연의 활기를 불러내면서도 각 파트가 동등한 힘으로 맞물리고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묘한 긴장감은 놓치는 법이 없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5악장. 직선으로 길게 뻗어나가는 금관의 거대한 울림과 타악의 격렬한 타격으로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 선율을 품은 죽음의 악상을 생생하게 불러낸 두다멜은 섬세한 강약 조절, 음영 변화로 소리의 공간감을 만들어내며 벅찬 환희 속으로 고조되는 말러를 호소력 있게 그려냈다. 짜임새와 구성이 복잡해 자칫 난잡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두다멜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악구의 흐름을 긴밀히 조형하면서 신비로운 역동감을 불러일으켰다.
두다멜이 공중에 띄운 손을 마침내 멈추자, 2000여 명의 청중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뜨거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시작된 기립박수는 음악가들이 모두 무대를 떠날 때까지 10분간 쉼 없이 이어졌다.
“그와 함께하는 동안 (우리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데보라 보르다 전 LA 필하모닉 대표가 두다멜에 대해 남긴 말이다. 실제로 그와 16년간 함께한 LA 필하모닉의 소리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자신감,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켜켜이 배어있었다. 깊은 신뢰를 자양분으로 함께 성장한 감독과 악단, 이들을 기억할 마지막 페이지로 손색없는 무대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