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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대 랜드마크] 빛과 비례가 만든 미학…공간 체험, 희열이 되다
도쿄 서양근대미술관 vs 문막 뮤지엄산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삼각빛 아래 숨 쉬는 공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한 일건건축사무소에 근무하던 시절, 일본 출장길에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이어지는 건축기행을 할 수 있었다. 당시 고베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안도 다다오의 ‘타임스’ 건물을 먼저 보게 됐다. 모듈화된 벽돌의 단정한 벽 쌓기, 깔끔하게 마감된 노출콘크리트, 그리고 인접한 하천과 엮이며 위아래로 연결되는 계단과 작은 통로, 6분의 1 크기의 낮은 원호의 지붕 돔 등 재미있는 건축적 구성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도쿄에 도착해 르코르뷔지에의 서양근대미술관을 경험한 순간 안도 다다오의 건물은 안중에서 없어졌다. 서양근대미술관에는 안도의 건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비로움이 감춰져 있었다.
인체 비례 마법을 적용한 건축
안도가 설계한 뮤지엄산에서는 의도된 구성을 통해 사람들을 긴장감으로 끌고 들어가는 르코르뷔지에와는 다른 느낌의 매력을 보여준다. 시야가 막힌 벽을 돌면 ‘짠’ 하고 나타나는 기법을 적용해 의도된 동선을 따라 등장하는 강렬한 색상의 거대한 조각물과 돌덩어리의 단조로운 건물은 분명 시각적 임팩트를 준다. 또한 산 정상에 만들어진 연못은 하늘을 주로 비추며 건물을 돋보이게 하고, 실내로 들어서면 강한 직선과 삼각형, 원 같은 기하학적 형태가 돌과 콘크리트라는 재료와 대비를 이루면서 의도된 공간의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좁고 높은 복도 공간은 수평으로 길고 좁게 찢어진 벽면의 틈과 함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그러나 서양근대미술관에서처럼 공간에서 오는 신비하게 교감되는 미묘한 느낌을 발산하고 있지는 않다.
의도된 긴장이 주는 감동
뮤지엄산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듯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의도된 긴장과 그에 따른 희열을 맛보게 하지만, 고전적인 명작 영화가 보여주는 듯한 애틋하고 감성적인 감동 같은 것을 전하지는 않는다.안도의 건물은 기하학적 형태의 건축 공간과 반반한 노출콘크리트 재료의 강한 이미지, 그리고 어떤 특정 장면에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의도된 동선을 통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그의 건물을 경험할 때면 복도나 벽, 재료와 면 분할 등이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반응하도록 굉장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안도에게는 르코르뷔지에의 모듈러와 같은 신비한 공간 구성의 비법이 내재돼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