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형태의 '녹색금융촉진법'을 제정하고 해당 법안에 녹색금융공사 설립 근거를 마련하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적 일관성을 가져갈 수 있다. 녹색금융공사는 녹색 투자 확대와 인프라 구축을 담당해 현재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업무를 한데 모아 효율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경ESG] 러닝 - 녹색금융 성공의 조건 ②·끝
사진은 AI로 구현한 녹색금융공사 이미지.
필자는 앞선 기고에서 녹색금융 활성화 과제에 대해 ① 기업과 기술 투자, ② 신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투자, ③ 탄소배출권 투자 등 3가지 축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제도적 미비와 일관성 부족, 산업과 기술의 미성숙, 정책금융 성과를 단순히 투자 규모로만 관리하는 등 현실적 문제가 산적해 있으므로 종합적이고 신속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임을 진단할 수 있다.
신속한 해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상향될 예정으로, 더욱 도전적인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녹색금융이 집행되는 방식과 속도로는 감축 경로를 따라가기 어렵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의 경우 NDC를 초과 달성했으나 목표 감축률이 상승하는 2026년 이후의 NDC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구체적으로 한국정부는 2025년 9월까지 2035년 NDC를 기존 목표인 2030년 40%보다 상향해 발표할 예정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5년마다 NDC 목표를 상향해 제출할 의무가 있으며, 2024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2019년 대비 60%의 탄소감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으며, 현재 영국과 일본 등 총 13개국이 2035년 NDC를 제출한 상황이다.
해법으로 대두되는 녹색금융공사
NDC 목표 달성을 종합적 관점에서 신속하게 수행하며,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과 경제의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녹색 전환’을 위한 해법으로 최근 들어 ‘녹색금융공사(기후투자공사)’ 신설이 재논의되고 있다.
최초 논의는 2020년 11월 민병덕 의원을 포함한 28명이 녹색금융공사 설립을 위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 법안’을 발의했고, 금융위원회에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이루어진 바 있다. 당시에는 택소노미 같은 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했고, 산업은행 등 기존 정책금융과의 역할 중복 우려, 그리고 정치적·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아쉽게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최근 재논의는 2025년 조기 대선 과정부터 시작되었고, 새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RE100 산업단지 조성’,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이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조기 대선 당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서 대선후보에게 ESG 7대 정책에 대한 찬성 여부를 질의했고, 당시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가 ‘녹색금융공사 설립’에 찬성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민간 기후 싱크탱크인 녹색전환연구소는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금융 10대 정책’ 중 하나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전담 공적 금융기관으로서 ‘기후투자공사’를 신설하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녹색금융촉진법 제정이 우선
현 시점에서 새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 과제와 해외 사례를 검토할 때, 필자가 판단하는 이상적 녹색금융공사 설립 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특별법 형태의 ‘녹색금융촉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58조(금융의 지원 및 활성화) 제2항에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의 촉진에 관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정의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0월 민병덕 의원실에서 발의한 ‘녹색금융촉진법과’ 2024년 7월 김소희 의원실에서 발의한 ‘기후금융촉진법’이 해당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우리나라 NDC를 관리하는 탄소중립 관련 최상위 법안인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근거한 ‘녹색금융촉진법’이 계획대로 제정되어야 하며, 해당 법안에 녹색금융공사 설립 근거를 마련해야 정권 변화에 따른 외풍에 흔들림 없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적 일관성(political consistency)이라는 든든한 뿌리를 만들 수 있다.
이어 새 정부의 ‘기후에너지부 신설’ 계획의 필수 요소로서 ‘녹색금융공사 설립’이 검토되어야 한다. 기후에너지부는 환경부의 기후 업무와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를 한데 모아 2050 탄소중립 실현과 산업구조 대전환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3일 정부는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 용량을 2030년까지 78GW로, 2025년 대비 43GW 증설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해상풍력 기준으로 단순 추산하면 약 430조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에너지고속도로, RE100 산업단지 추진 등 관련 정책을 모두 수행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후에너지부의 목표 달성은 공적자본 투입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민간자본을 유치해 승수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전문성을 보유한 녹색금융공사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기후에너지부가 ‘금융위원회의 기후금융TF’ 업무도 이관받거나,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 산업정책에 맞는 금융정책을 함께 펼쳐야 진정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 확대와 인프라 구축에 중점
녹색금융공사에 부여해야 할 주요 역할은 ‘투자 확대’와 ‘인프라 구축’이다.
투자 확대를 위해 가장 시급한 부분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10장(기후대응기금의 설치 및 운용)에 근거해 운영되는 약 2.6조 원의 ‘기후대응기금’을 재원 확보부터 장기적 투자 계획까지 녹색금융공사가 총괄하는 것이다.
2024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기후 대응 기금은 2022년 설치되어 3년간 운영되고 있으며, 기재부가 총괄해 지출 계획을 수립하지만, 사업 수행과 성과 관리를 환경부·산업부 등 16개 부처에 개별적으로 일임하는 구조라 사업에 대한 책임은 분산되고, 기후 대응 기금 투자 분야 전반에 대한 성과 관리가 되지 않는 한계점이 있다. 심지어 최근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가격 폭락과 경기 둔화로 재원 축소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인 만큼 이 또한 관리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산업은행 등 ‘5대 정책금융기관의 녹색금융 성과관리’를 녹색금융공사가 수행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 기후금융TF 발표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 금융기관이 녹색금융 분야에 2030년까지 420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2024년 기준 약 54조 원의 녹색 자금을 투입했다고 한다. 외형적인 규모는 매우 커 보이지만 해당 정책금융의 집행 기준과 대상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고, NDC 기여도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기에 녹색금융공사에서 집행 기준, 실제 대상 및 성과 관리를 면밀히 수행해야 할 것을 보인다.
특히 이러한 정책금융은 단순히 투입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금융의 참여를 유도해 정책금융 규모 대비 민간금융 규모가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이상 투입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며, 해당 성과가 반드시 관리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녹색기후기금(GCF)은 기후 기술 투자 목적으로 8000만 달러를 출자하면서, 총 결성 목표를 2억 달러로 설정하는 펀드를 운영해 약 2.5배의 승수 효과를 유도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 이때 GCF의 8000만 달러 출자 금액은 후순위 투자를 통해 모험 자본 성격으로 공급해 펀드 운용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 녹색금융공사는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기후 리스크 분석 및 활용, ▲법제도 및 시스템 구축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후 리스크 분석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주도하고 15개 금융사가 참여해 진행 중이며, 녹색금융공사는 해당 분석 결과에 대한 경제정책 및 금융실무 활용 방법론을 연구해 실제 활용 측면에서 협력해야 한다. 또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녹색금융 촉진법 등 법제도 연구, 금융배출량 플랫폼 개설 등 시스템 구축, 탄소배출권시장 거래 활성화 방안, 녹색금융 인재 양성 등 녹색금융 활성화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