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글로벌 이슈
폭증하는 AI 전력 수요, 원전이 답일까
폭증하는 AI 전력 수요, 원전이 답일까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력발전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의 원전 투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MS는 1979년 사고로 폐쇄된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해 2028년부터 전력을 공급받겠다고 발표했고, 구글은 차세대 원전 개발업체 카이로스 파워와 계약을 체결해 2030년까지 500MW의 소형모듈원전(SMR) 전력을 구매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워싱턴주에 X-에너지의 SMR 프로젝트에 투자해 2030년대 초반부터 320MW의 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AI와 원전은 여러 측면에서 궁합이 잘 맞는다. 최근 건설되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에 비해 전력 소비량 규모가 훨씬 큰데, 원자력은 하나의 발전소에서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부하) 패턴과 원전의 발전 특성도 유사하다. 원전은 발전량의 변동이 어렵고 24시간 내내 일정한 출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24시간 운영되는 AI 데이터센터의 특성과 잘 맞는다. 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빅테크 기업에 매력적인 대안이다. 이처럼 “AI 시대 원전 르네상스”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러한 전망만 보면 원전이 AI 기반 전력 수요 문제의 해답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 문제점이 있는데, 이는 바로 ‘타이밍’이다.

AI의 전력 수요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예컨대 챗GPT 검색 1회는 구글 검색보다 10배 이상 전력을 소모하며, 하루 1억 명이 사용하는 챗GPT만으로도 연간 10TWh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중소 국가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현재의 3~5배인 최대 1000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을 새롭게 짓는 데는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최근 완공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은 착공부터 상업 운전까지 8년이 소요됐고, 프랑스 플라망빌 3호기는 지금까지 17년째 건설 중이다. 핀란드와 영국의 프로젝트는 10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는 2005년 착공해 당초 2009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13년이 지연돼 2022년에야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영국의 힌클리 포인트 C프로젝트는 더욱 극단적인 사례인데, 2016년 착공해 당초 2025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현재 2029∼2031년으로 6년 이상 연기된 상태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SMR의 건설 기간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상당히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표 기업인 테라파워나 뉴스케일파워의 SMR 프로젝트도 2030년 전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요와 이후의 전력 수요 대응

전력은 타이밍이다. 전력 정책은 2030년까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2030년 이후에도 이 같은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분명한 점은, 2030년까지 AI발 전력 수요를 원전으로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이나 폐쇄된 원전을 다시 활용하는 방안을 통해 2030년 이전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지만, 이를 통한 발전량은 매우 제한적이다.

2030년 이후의 전력 수요 예측은 매우 불확실하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AI 산업도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과거 구글이 검색 시장을 독점한 이후 수많은 검색엔진 기업이 사라진 것처럼, AI 시장도 소수 플랫폼 기업이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데이터센터 확장 경쟁은 급격하게 둔화될 수 있다. 현재는 오픈AI, 구글, MS, 앤스로픽, 메타, X AI 등 수많은 기업이 AI 모델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1~2개의 지배적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지금 같은 AI발 데이터센터의 무한 확장 경쟁도 끝날 가능성이 높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의 전기화는 필수이며, 전력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AI=원전’이라는 단선적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현실은 언제나 복잡하기 마련이고, 앞으로 5년 혹은 10년 후 미래 전력 수요와 공급을 최적의 효율로 실시간 매칭해야 하는 전력 시스템은 더더욱 그렇다. 2030년대 중반, 원전들이 드디어 완공되어 가동을 시작할 때쯤 과연 그렇게 많은 원전이 정말 필요할까? 현재의 AI 전력 수요 급증세가 그대로 유지될까? 아니면 그 시점에는 에너지 생태계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전력 정책은 동시에 여러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다차원적 최적화 문제다. 실시간 수급 균형을 맞추면서도 전력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고, 동시에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까지 고려하면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미래 전력 수요도 고려하고,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LCOE)도 생각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비용 하락 추세와 스마트그리드, 가상발전소(VPP), 수요 반응(DR) 등 전력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여줄 기술의 발전 속도로 고려해야 한다.

현재 눈앞의 AI발 전력 부족 현상만 보고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 또는 “재생에너지로 충분하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위험하다. 현재의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후 20년 후 에너지 생태계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AI 시대의 전력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타이밍 전략이 필요하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