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보는 요즘 하늘은 애니메이션이지만, 막상 문을 열고 나가면 다큐멘터리다. 잠깐의 외출에도 머리꼭지는 뜨겁다 못해 따갑고, 주책맞게 온몸의 땀구멍에서 땀이 줄줄 흐르지만, 하늘만큼은 백만불짜리다. 그대로 작품이고, 감동이다. 하늘이 이처럼 사랑스러워 보이는 데는 구름의 지분이 적지 않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 맞서는 구름관찰자, ‘푸른하늘주의’의 진부함을 퇴치하기 위해 2005년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하여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진. ⓒ 양문영
소설 속 주인공의 자기소개가 아니다. 구름감상협회 ‘개빈 프레터피니’의 자기소개다. 그는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한 뒤 센트럴 세인트마틴 스쿨 오브 아트 앤 디자인에서 그래픽을 공부했다. 레딩대학교 기상학과 방문연구원을 지냈고, 왕립기상학회의 마이클 헌트상을 수상했다. 2005년 설립된 ‘구름감상협회’는 한국을 포함한 120여 개국에 5만30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개빈 프레터피니의 ‘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은 세상에서 가장 흔한 ‘층쌘구름’부터 구름 덩어리가 너무 작아서 마치 하늘에 설탕을 뿌려놓은 것 같은 ‘털쌘구름’, 부끄럼이 많고 내성적이고 조용한 ‘털층구름’ 등 주요한 10개의 구름을 소개한다. 또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구름에서 나타나는 가장 유명한 광학 효과인 ‘무지개’이야기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선한 구름의 영향력까지 구름과 관련한 온갖 이야기를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파스텔톤의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준다. 세상에 그 어떤 구름도 같지 않고, 영원하지 않고, 유일함을 이야기하는 작가는 그 구름을 찾아낸 우리도 유일한 존재임을 강조하는 친절함도 잊지 않는다. 이 책은 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름안내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구름감상협회’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진. ⓒ 양문영
구름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누구나 읽었을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지금도 그 주제가가 생생하다.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으로 빵을 만들고, 그 빵을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통통 튀는 설정이 한 가족의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그림이 아닌 주인공들과 소품을 직접 만들어 사진으로 찍어 현실적이면서도 독특한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구름을 빵으로 만들어 먹는 경험을 했다면, 이제 내 맘대로 구름을 만들어보자. 데이비드 위즈너의 ‘구름공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체험학습을 간 주인공, 건물이 얼마나 높은지 주변이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망대에 오르지만, 자욱한 구름 때문에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 갈팡질팡한다. 이때 나타난 꼬마구름은 소년의 빨간 모자와 머플러, 장갑을 빼앗아 가고 미안한 마음에 구름으로 모자와 머플러를 만들어준다. 이렇게 꼬마구름과 함께 시작된 구름공항으로의 여행. 구름공항은 구름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는 곳이지만 소년이 보기에는 익숙한 모양의 구름들은 어딘지 심심하다. 소년은 자신이 늘 즐겨 그리는 물고기 모양을 그려 보이자, 구름들은 환호하며 물고기 모양의 구름으로 변신한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구름공장 관리국에서는 소년을 추방하지만, 이후 소년의 그림대로 만들어진 구름들은 사람들은 물론 고양이들에게도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진. ⓒ 양문영
이처럼 구름은 우리에게 자연현상이기보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하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처럼 기쁘고 행복한 구름만 있을까. 마리오 브라사르의 ‘구름은 어디에서 흘러오나요?’ 속에는 좀처럼 파란하늘과 흰구름은 찾아볼 수 없고 무채색의 거리와 우울한 사람들 그리고 온통 검은 구름뿐이다. 아홉살 소녀 밀라는 전쟁 속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속에서 우리 구름인 하얀구름과 우리 구름이 아닌 다른 어두운 구름으로 나누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더는 하얀구름이 보이지 않음에 절망한다. 이러한 어린시절의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구름이 어디서 흘러오는지, 어두운 회색 구름이라면 그 구름은 어딘가에 전쟁이 벌어지는 곳에서 흘러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구름은 언젠가 날아가고 그 구름을 날아가게 하는 바람에 대한 믿음으로 마무리된다.
“당신에게 구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날씨가 너무 더워 태양을 보기가 두렵지만 지금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세요. 지금 당신이 발견한 구름은 ‘당신만 볼 수 있는 오로지 당신만의 구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