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어쩌면 미완성의 리뷰가 될 것이다. <스모크: 범죄의 흔적>은 총 9부작 중 7월 27일 현재 5부까지만 올라와 있다. 그러니까 여전히 결론이 어떨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9부작 드라마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결론을 안다 해도 어차피 그걸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만으로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걸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스모크: 범죄의 흔적>은 태런 에저턴(<킹스맨>)이 주연이다. 오랜만에 그렉 키니어를 만날 수도 있다. 존 레귀자모도 5회나 돼야 나타나지만 매우 중요한 배역이다. 그는 늘 그랬다. 씬스틸러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주역은 데니스 루헤인이다. 보스턴 출신으로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는 사립 탐정 연인의 이야기 ‘켄지&제나로’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다. 이 시리즈는 딱 5권만 나왔고 루헤인은 이 시리즈는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가라 아이야 가라』(2007)는 케이시 에플렉, 미셸 모나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켄지&제나로 시리즈’는 아니지만,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미스틱 리버』나 『살인자들의 섬』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의해 각각 2003년과 2010년에 영화화되었고 이들 작품이 데니스 루헤인을 할리우드의 명사로 만들었다. 『살인자들의 섬』의 영화 제목은 원제 그대로 <셔터 아일랜드>였다. 살짝 힌트를 주자면 이 드라마 <스모크: 범죄의 흔적>에 가장 가까운 작품은 바로 <셔터 아일랜드>이다. 자기 복제까지는 아니지만 데니스 루헤인은 자신의 이전 작품에서 모티프를 확장 발전시키고 있다. 이 얘기만으로도 드라마가 어떤 속내를 지니고 있는지, 과연 범인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사실, 대단히 큰 키워드이다.
<스모크: 범죄의 흔적> 주연의 태런 에저턴. / 사진. ⓒ Apple TV+
<스모크: 범죄의 흔적> 주연의 태런 에저턴. / 사진. ⓒ Apple TV+
<스모크: 범죄의 흔적>에서 그렉 키니어. / 사진. ⓒ Apple TV+
<스모크: 범죄의 흔적>에서 그렉 키니어. / 사진. ⓒ Apple TV+
<스모크: 범죄의 흔적>은 방화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배경은 보스턴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이다. 가상의 지명인 엄벌랜드라는 카운티에서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방화 조사관은 방화범을 좇는다. 그의 이름은 데이브 굿슨(태런 에저턴)이다. 그러나 자꾸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엄벌랜드 메트로서(署)는 캘더론 형사(저니 스몰렛)를 방화 조사관으로 파견한다. 굿슨과 캘더론은 방화 현장을 다니며 범인의 실체를 밝히려 애를 쓴다. 방화범은 두 명이다. 한 명은 주로 마트에서 과자 코너에 불을 낸다. 그는 후드를 입고 있고 한쪽 발을 전다. 영화에서는 이 방화범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 끝에 드러날 것이다. 또 한 명은 ‘쿱스’라는 이름의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하는 흑인이다. 프레디 파사노(은타레 구마 음바호 므위네)라는 이름의 매우 내성적인 인물이다. 프레디는 항상 큰 페트병 우유를 사서는 우유를 비우고 휘발유를 채워 불을 지르는 바람에, 우유통 방화범이라 불린다. 형사 캘더론은 우유통 범인 말고 또 한쪽은 현직 소방관이거나 적어도 전직 소방관 출신일 거라 확신한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정확하지 않다. 캘더론은 소방관 중 한 명을 의심하고 그의 집을 수색하다가 발각돼 그의 다리를 총으로 쏘고 정당방위로 포장한다. 캘더론은 이전 경찰서에서는 서장과 내연의 관계였으며 가정사에 이런저런 문제가 적지 않은 여성이다.

데이브 굿슨은 방화 조사관으로서 다양한 체험을 소설로 쓰려고 한다. 그는 애슐리라는 여자(한나 에밀리 앤더슨)와 살고 있으며 그녀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에밋이라는 아들을 키운다. 굿슨-애슐리 커플은 에밋 문제로 덜커덕거린다. 굿슨 조사관, 캘더론 형사 두 사람 모두 어릴 적 성장 과정에 어두움이 있다. 굿슨은 15살 때 엄마가 자신과 형을 버리고 집을 나가 사라졌다. 캘더론은 엄마가 집에 불을 질렀으며 사람이 죽어서 장기수로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니까 방화범 수사 중인 캘더론 형사는 방화범의 딸이다. 그녀는 전직 소방관을 의심했다가 총격 사건까지 일으켰지만, 여전히 내부의 인물을 의심한다. 전직 소방관 출신으로는 주인공인 데이브 굿슨도 있다. 실제로 굿슨은 점점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스모크: 범죄의 흔적> 주연의 태런 에저턴. / 사진. ⓒ Apple TV+
<스모크: 범죄의 흔적> 주연의 태런 에저턴. / 사진. ⓒ Apple TV+
<스모크: 범죄의 흔적>은 외부와 내부의 범인, 인간이 겉으로 보이는 외연의 행동과 내면의 심리에 관해 얘기한다. 마치 니체가 얘기하는 것,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보니 심연이 당신을 들여다보고 있다’와 같은 얘기를 하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종종 괴물을 좇다 스스로 괴물이 되는 경우가 있고 이 드라마 역시 그 ‘흔적’에 대해서 얘기하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의 부제가 갖는 의미는 거기서 찾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방화는 매우 큰 중범죄로 취급된다. 형량이 가장 높은 범죄에 속한다.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 인명이 손실되는 일 때문만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덕목은 사적 소유이고 개인의 자산, 재산이다. 이 물화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애초부터 가장 엄하게 다스리도록 규정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바로 자본주의이다. 따라서 방화에 대한 시선은 한편으론 자본주의가 지닌 극한의 물신주의를 상징하는 면이 있다.

데니스 루헤인이 주목한 점 역시 이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 방화범 둘 모두에게 루헤인은 그들의 심리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내부 방화범으로 지목되는 ‘누구’는,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불꽃,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싶어 하는 무정부주의적 욕망임을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게 한다. 사람들이 겪는 수많은 정신적 공황의 문제는 결국 (애정) 결핍과 그에 따른 소외감 혹은 열등감 때문이다. 그건 순전히 개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회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쿱스에서 일하는 프레디 파사노는 그 두 가지 문제를 모두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또 다른 방화범의 경우는 그걸 자신의 파괴적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듯 스스로 포장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스모크: 범죄의 흔적>에서 존 레귀자모도. / 사진. ⓒ Apple TV+
<스모크: 범죄의 흔적>에서 존 레귀자모도. / 사진. ⓒ Apple TV+
그러나 이 모든 것은 5부까지의 이야기이다. 5~9부까지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데니스 루헤인은 늘 반전에 반전을 꾀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이다. 그는 현재 제2의 스티븐 킹 소리를 듣는다. 5부 마지막 장면은 데이브 굿슨이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모습이다. 그가 죽지야 않겠지만 이야기는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이 작품이 길이 남을 역작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영화와 드라마가 다른 것은 영화는 좋은 작품의 경우 그 생명력이 적어도 10년은 가지만 드라마의 경우 극히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예컨대 박찬욱의 6부작 <리틀 드러머 걸>이나 7부작 <동조자> 등을 차치하곤) 쉬 잊힌다는 것이다. <스모크: 범죄의 흔적>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먼 출장길 위에 있다면 이 작품을 가지고 다니길 권한다. 동선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보장하는 바이다. 최소한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수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웃 오브 넷플릭스’ 끝.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