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삼촌, 삼촌한테 목이 있는 줄 몰랐어요!"

당뇨병 치료용 주사제 '오젬픽'을 투약 중인 '매직 필(Magic pill)'의 저자 요한 하리는 6개월 만에 무려 10㎏가량 살이 빠지는 효과를 봤다. 오젬픽은 비만 환자를 위한 다이어트 주사제 '위고비'와 동일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포함하고 있어, 혈당 조절과 함께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오젬픽의 놀라운 효과를 만끽하던 하리는, 그러나 머릿속 질문을 떨쳐내지 못했다. '건강도 좋아지고 자존감도 올라갔는데, 왜 불안하고 불편한 기분이 드는 걸까?'
/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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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을 쓴 저자는 이번 신작을 통해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종 비만 치료제의 효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치료제를 직접 투약하며 느낀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전문가 100여명에 대한 인터뷰를 실어 깊이를 더했다. 나아가 인간이 왜 과거보다 살이 쪘는지,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정말 의지력에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저자가 지목한 비만의 원인은 가공식품이다. 필수 영양소가 풍부한 자연식품은 빠르게 포만감을 채워주지만, 각종 화학물질 범벅인 가공식품은 위에 구멍을 낸 듯 포만감을 망가뜨린다. 사람들은 가공식품으로 인해 '도둑맞은 포만감'을 보충하기 위해 계속 먹고 결국 살이 찐다. 아이러니한 것은, 비만 치료제가 포만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인터뷰한 미국 드렉셀대 마이클 로 교수는 "인위적으로 훼손된 포만감을 인위적으로 만든 약으로 고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가공식품 일색인 식품 공급망이 유지되는 한 비만 치료제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당뇨병, 심장 질환 등을 일으키는 비만을 줄이는 데 치료제가 효과를 내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들 약은 평균 5~24%의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 연구진에 따르면 5년간 위고비를 투약한 사람은 가짜 치료제를 받은 사람보다 심장마비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각각 20% 낮았다.

그러나 치료제의 장기적 부작용에 대해선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투약 후 메스꺼움과 같은 반응도 감내해야 한다.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투약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한계도 있다. 한 가지 더 슬픈 사실은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빼앗긴다는 점이다. 배고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다 보니 음식으로 위안받는 경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무의미해진다. 저자는 "신종 비만 치료제 사용자 중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는 음식이 즐거움이 아니라 그저 실용적인 이유에서 필요한 것이 됐다"며 "나는 더 날씬하고 건강해졌지만, 고통 앞에서 벌거벗은 상태가 됐다"고 털어놓는다.

신종 비만 치료제의 긍정적 효과와 부작용을 균형감 있게 다룬 책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