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정보공시 Q&A ②

Q.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는 물론,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인 스코프 3 공시가 왜 중요한가요. 또 스코프 3 공시가 어려울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자동차 회사 푸조가 존재한다고 말할 때, 이것은 무슨 뜻일까?’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매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자동차 앞부분의 사자 모양 장식을 보면 ‘푸조’를 떠올리지만, 정작 푸조라는 회사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임직원, 제품, 공장, 경영진, 주주 그 어떤 요소도 이 회사 자체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현대문명을 이루는 데 이러한 ‘상징’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허구적 실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아마도 집단적 상상력과 신뢰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분야만큼 이러한 상상력과 신뢰가 중요한 분야도 없을 것입니다. 온실가스는 우리가 볼 수도, 냄새 맡을 수도, 만질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과학적 상상력은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과 그 원인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많아진 약 6가지 기체 물질임을 밝혔습니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줄이기 위해 신뢰할 만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습니다.

국제사회는 GHG(Greenhouse Gas) 프로토콜이란 기준을 만들어 배출 유형을 스코프 1·2·3로 나누고, 기업이 이 유형별로 배출량을 공시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업의 통제 범위에 있지 않은 스코프 3의 배출량 비중이 기업 탄소발자국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석유·가스 업종은 약 88%까지 차지한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개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영역은 직접 통제하기 어렵고, 이중 계산의 문제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스코프 3 공시는 중요할까요?

실질적 측면에서 보면 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별 기업이 자사 온실가스 감축만 신경 쓴다면 영업활동으로 발생하는 모든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데 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코프 3 배출량의 보고는 가치사슬 전반에서 어느 영역의 온실가스 부하가 큰지 알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그래야 감축 전략을 세우고 실질적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스코프 3의 15개 카테고리 중 하나가 투자 분야입니다. 금융회사의 자본이 고탄소 산업에 계속 공급되느냐 저탄소 경제 활성화에 사용되느냐는 누가 보더라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많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역시 스코프 3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공시 압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이 공시에 어려움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온실가스배출이 많은지를 아는 것입니다. 공시에 앞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활용해 이것을 파악해보는 노력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많게는 스코프 3 배출량 중 90%가 공급망(업스트림)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비단 공급망이 아니더라도 산업별 스코프 3 배출 부하가 높은 카테고리가 어느 것인지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 회사가 우선 초점을 맞춰야 할 분야가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내외 많은 기관에서 공개하는 스코프 3 배출량 측정 방법론이나 배출원별 배출계수를 통해 대략의 부하 수준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2가지 활동이 가능합니다. 우선, 투자자 대응입니다. 이러한 내부적 노력은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와의 소통에 유용합니다. 두 번째로 핵심 가치사슬의 온실가스 측정 및 공시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 부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 전방산업의 협력사에 대한 교육 및 지원 활동을 통해 스코프 3 보고를 위한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 사진 :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 사진 :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책임투자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