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 개인 매매 … 스팩 '폭탄 돌리기'

상장날 급등했다가 이후 폭락
신규 스팩 변동성 극심해져

공모주 열풍에 투기자금 몰려
전문가 "추격 매수 자제해야"
최근 상장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뚜렷한 이유 없이 급등락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몰린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상장한 엔에이치스팩32호는 첫날 공모가 대비 두 배 넘게 뛰었으나 8일엔 하한가로 마감했다. 9일에도 23.98% 밀린 204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1일 상장한 미래에셋비전스팩9호 변동성도 극심했다.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66.75% 급등한 3335원에 마감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도 12.71% 떨어진 2060원을 기록했다. 합병할 기업이 없는 스팩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여서, 대부분 단기 조정을 거친 뒤 공모가(보통 2000원)에 수렴한다는 게 증권가 설명이다.

최근 스팩에 매수세가 쏠린 건 공모주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이노테크와 큐리오시스, 에임드바이오 등은 ‘따따블’(공모가의 네 배)을 기록했다. 최근 1개월간 상장한 15개 기업 중 첫날 공모가 밑으로 떨어진 종목은 한 개뿐이다.

합병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신규 스팩이 급등락하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팩은 인수합병을 위한 매개체일 뿐이어서 경영 성과나 성장성을 따질 수 없어서다. 주로 공모가 수준에서 머물다 합병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주가가 움직이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스팩 거래를 개인 간 ‘폭탄 돌리기’로 보고 있다. 엔에이치스팩32호, 미래에셋비전스팩9호, 삼성스팩12호 등 급등락한 스팩의 개인 매매 비중은 꾸준히 90%를 웃돌고 있다.

모든 스팩이 합병(장외기업의 우회상장)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3년 내 합병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투자자들은 공모가 기준 투자금액과 일정 이자만 돌려받을 수 있다. 증시에서 고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스팩을 대상으로 한 ‘작전’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한국거래소가 2021년 5~6월 급등세를 탄 스팩 17개를 집중 조사한 결과 7개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발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합병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단기 등락할 때 추격 투자하면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소액 분산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