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상속받고 정기예금에 묻어둔 40대의 선택 [영앤리치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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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A씨가 최근 시장 흐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수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예금 금리를 훨씬 웃도는 연 10%의 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그가 안전 중시 성향을 극복하고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핵심 전략은 ‘금리 인하기에 맞춘 자산 배분’과 ‘환율 전술’이었다.
○달라진 거시경제
A씨가 투자에 다시 나서게 된 계기는 시장 환경의 변화를 인지하면서부터다. 2022년은 고물가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한 시기였지만, 2023년 이후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부상과 미국의 재정정책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금 투자를 재개하지 않으면 향후 더 비싼 가격에 진입해야 할 수도 있다는 기회비용에 대한 우려가 안전자산 고수 심리를 눌렀다.A씨는 2023년 초 안전자산 위주의 포트폴리오는 유지하되 보험 비중을 10%로 축소하고, 미국 나스닥 인덱스를 10% 신규 편입하며 기대수익률을 7%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단기채 줄이고 장기채·주식 늘려
본격적인 수익률 제고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뚜렷해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뤄졌다. 금리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정기예금과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만으로는 목표 수익을 달성하기 어렵다. 반면 금리 하락 시 채권 가격이 상승해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 채권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A씨는 정기예금 비중을 줄이는 대신, 미국 및 국내 중장기 채권과 주식 비중을 과감히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전체 자산 중 위험자산 비중이 증가했지만, 기대수익률 또한 10%로 상향 조정됐다. 채권형 상품(5%), 미국 주식(20%), 국내 주식(15%)의 목표 수익률을 종합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주식 포트폴리오에는 성장성이 높은 미국 나스닥 인덱스(20%)와 비과세 혜택으로 실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코스피 인덱스(10%)를 담았다.
○환노출로 수익 방어
환율 전략도 주효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스닥 투자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 ‘환노출’ 상품으로 운용했다. 달러 강세 시 환차익까지 동시에 노린 것이다. 또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나스닥 지수가 하락할 때 추가 매수할 수 있도록 달러 현금 10%를 별도로 확보해 두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올해 초까지 국내 증시 수익률은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 전체 성과는 견고했다.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 주식의 상승세와 강달러 효과, 그리고 예상보다 높았던 국내 장기채 상품의 수익률이 상호 보완 작용을 일으키며 목표했던 기대수익률 10%를 달성할 수 있었다. A씨는 올해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50%까지 늘렸고, 향후 시장 상황을 보며 위험자산 비중을 점차 줄일 계획이다.
진성숙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골드PB부장은 “고금리에서는 단기 채권형 상품만으로 양호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기준금리가 낮을 때는 적정 수익률을 위해 위험자산 편입이 불가피하다”며 “금리 인하기에는 장기채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